세계 자유무역질서 ‘2020년 종말 VS 최악 속 희망’

세계 자유무역질서 ‘2020년 종말 VS 최악 속 희망’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9-12-31 17:04
수정 2019-12-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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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년 된 WTO 개점휴업, APEC도 힘 못써
무역전쟁 위기 美·EU의 무역책임자 ‘1월 협상’
美中 1단계 무역합의 곧 서명하나 미봉책 평가도
질서있는 브렉시트 가를 英·EU 무역협상도 관건
양대 ‘메가 FTA’의 다자무역 회복 기여 정도와
재선 앞둔 트럼프의 휴전에 따라 희망 찾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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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수출품 선적 작업을 위해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이곳의 물동량 증가율은 20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산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30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수출품 선적 작업을 위해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이곳의 물동량 증가율은 20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산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20년 1월 1일 자유무역질서를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25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휴업 상태다.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도 다자무역체제는 슬그머니 사라졌고, 미국발 관세전쟁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무역질서의 종언’. 일각에서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해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분위기를 가늠해 볼 이벤트가 즐비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무역 부문 수장인 필 호건 집행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1월 중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말 프랑스 디지털세 부과에 발끈한 미국이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 보복관세 계획도 밝히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호건 위원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설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전쟁 전선을 축소할 의향이 없는 한 양측 간 무역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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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도안된 100달러 지폐와 중국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이 새겨진 100위안 지폐가 양국 국기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도안된 100달러 지폐와 중국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이 새겨진 100위안 지폐가 양국 국기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과 중국은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4일 워싱턴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음주 정도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희소식이지만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2단계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복잡한 문제를 보다 깊이 다뤄야 해 난관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태양광·전기차 배터리·조선·석유 등의 분야에서 국영기업들에 주고 있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전혀 막지 못했다며 이는 1단계 합의의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1월 말 브렉시트도 변수다. 영국은 EU와의 무역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2월 31일에 과도기를 끝낼 계획이지만, EU는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도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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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4일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참석 국가 정상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베 총리, 문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방콕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4일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참석 국가 정상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베 총리, 문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방콕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런 가운데 국제통상기구의 힘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의 신규 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WTO는 지난 10일부터 기능이 마비됐다. 의장국 칠레의 반정부시위로 2019년 정상회의를 취소한 APEC은 이미 2017년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무역체제 지지 문구가 삭제됐고, 2018년에는 아예 정상선언문 채택에도 실패했다. 지속적으로 훼손돼 온 자유무역질서가 올해도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당분간 중국과 휴전할 수 있고, 양자주의의 강세 속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느 정도 다자주의의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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