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부적절한 개입” 교황, 아프간 사태 서방세계 비판

“미국 등 부적절한 개입” 교황, 아프간 사태 서방세계 비판

김태균 기자
입력 2021-09-02 22:14
수정 2021-09-0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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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발언 인용하려다 푸틴 인용 실수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가톨릭계 제멜리 종합병원에서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성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주일 삼종기도를 밝은 표정으로 집례하며 신도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로마 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가톨릭계 제멜리 종합병원에서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성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주일 삼종기도를 밝은 표정으로 집례하며 신도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로마 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부적절한 개입’을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서구적 가치에 기반한 무리한 국가건설 시도가 가진 문제점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1일(현지시간) 방송된 스페인 가톨릭 라디오 ‘코페’와의 인터뷰에서 “20년에 걸친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외부 시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바깥에서 개입해 한 나라의 전통을 무시하고 (억지로) 민주주의를 세우려는 무책임한 정책을 이제는 종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 언급을 하면서 자신이 ‘세계 민주주의의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메르켈 총리에게 했던 발언을 착각한 것이었다.

인용상 오류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발언은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서방 세계에 갖고 있는 비판적인 입장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황은 또 “미군과 동맹군의 아프간 철수는 타당한 것이긴 했지만, 모든 경우의 수가 고려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철군의 실행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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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이 결정된 뒤인 지난 5월 2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군과 함께 부대 내 성조기를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철군이 결정된 뒤인 지난 5월 2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군과 함께 부대 내 성조기를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교황은 건강상 이유로 자신이 물러날 수 있다고 전한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자가 그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한 뒤 “수술 전에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섭취하는 등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4일 지병인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11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이후 몇몇 행사에 약해진 목소리에 수척한 얼굴로 등장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지난달 말에는 한 이탈리아 언론이 교황의 자진 사퇴 및 후임 선출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교황은 양호한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이달 중 헝가리, 슬로바키아 순방에 이어 오는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09-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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