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지역의 한 시신안치소 바깥에서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시신들. 2022.04.28 A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키이우 외곽에 있는 한 시신보관소에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며칠 뒤부터 하루 1∼2구씩 희생자 시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차와 보로디얀카 등 주변 지역에서 수습된 시신들은 매일 수십구씩 키이우로 운구됐다. 특히 이달 초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 시신이 묻힌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키이우 지역의 모든 영안실의 수용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시신 보관 장소가 없어 현재 영안실 근처에 냉장 트럭을 이용한 임시 시신보관소가 동원되고 있다. 트럭마다 시신이 담긴 검은 가방 수십 개가 쌓여있는 상태다.
한 검시관은 “키이우가 이렇게 민간인 시신으로 가득 찰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부차·보로디안카 등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는 희생자 숫자와 신원을 파악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수습된 시신은 지난 24일 기준 1123구다. 이 가운데 35구는 어린이다.
올레 티칼렌코 키이우 지역 부장검사는 “이 시신들은 우리가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했거나 거리에서 발견한 시신들”이라며 “매일 더 많은 시신을 발견하고 있으며 수습된 시신들은 모두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신들의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것도 신원 확인 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의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전차로 시신을 짓밟는 등 잔혹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학살 정황을 조작한 것”이라면서 민간인 학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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