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관 기소 여부 대배심 발표 앞두고 갈등 격화
석 달 전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을 옹호하는 단체가 인종 차별적인 옥외 광고판 설치를 추진 중이라고 미국 언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윌슨 경관 기소 여부 발표를 앞두고 기소를 요구하는 흑인 중심의 시위대와 윌슨 경관을 감싸는 이른바 ‘백인 시위대’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모양새다.
CBS 방송 등 언론 보도를 보면, 테네시 주 브렌트우드에 사는 돈 알렉산더라는 남성은 최근 다수의 소액 기부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퍼거슨 시내에 세울 옥외 광고판 설치 금액을 마련했다.
주로 윌슨 경관의 정당방위 주장을 옹호하는 인터넷 토론공간인 ‘세인트루이스 캅토크(Coptalk)’에서 의견을 개진한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탰다.
지난달 28일 모금에 나선 알렉산더는 마감(12월 17일)을 약 한 달 앞둔 18일 현재 모금 목표액 3천 달러를 일찌감치 채웠다.
알렉산더가 트위터에서 공개한 옥외 광고판 문구는 흑백 차별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흰색 바탕의 광고판에 ‘바지를 위로 추어올리고 훔치지 마라’(Pants UP Don’t LOOT)라는 검은색 글씨를 박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보수적인 잡지 내셔널 리뷰가 사용해 널리 알려진 이 문구는 브라운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시위대가 외치는 ‘손들었으니 쏘지마’(Hands UP Don’t SHOOT)라는 구호를 빗댄 것이다.
주로 바지를 허리 아래에 걸치는 흑인들의 복장 특성, 시위 초반 약탈이 벌어진 사실, 그리고 브라운이 사망 전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경찰 측의 주장 등을 이 문구에 담은 것이지만, 모든 흑인과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싸잡아 강도로 지목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알렉산더는 퍼거슨 시에 있는 광고 회사에 접촉해 옥외 광고판을 설치한 뒤 계속 이 문구를 알리도록 자금을 모금하겠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백인 시위대’는 브라운의 시위대에 맞서 윌슨 경관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온라인에서 그의 가족을 돕기 위한 성금을 걷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8월 9일 윌슨 경관의 총격으로 브라운이 사망한 지 102일째에 접어든 퍼거슨 시에서는 대배심의 발표가 임박하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확대되는 불안에서 시민을 보호하겠다며 퍼거슨 시 일대에 비상사태를 전날 선포하고 치안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 출동 승인을 뼈대로 한 30일 기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브라운의 유족 변호인은 “닉슨 주지사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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