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왕’ 트럼프, 제 발등 찍었다

‘음모왕’ 트럼프, 제 발등 찍었다

한준규 기자
입력 2019-08-13 00:58
수정 2019-08-1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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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엡스타인 연루” 리트윗
클린턴측 “웃기는 일… 진실 아냐”
친분 덮으려다 오히려 의혹 키워

오바마 케냐 출생 등 툭하면 음모
“내년 대선까지 음모론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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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복역 중이던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미 정·재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절친인 엡스타인 사망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연루 ‘음모론’을 제기하며 의혹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자신의 친분에 쏠리는 시선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연루 음모론 카드를 꺼냈지만 오히려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연루 의혹을 키우는 꼴이 됐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망 배후에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있음을 암시한 영상을 전날 트위터에 리트윗한 후 이날 오후까지 영상 조회 수가 500만이 넘었다. 이 영상은 보수 성향 코미디언 테런스 윌리엄스가 제작한 1분 30초짜리로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제 그는 죽었다’는 내용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 소유의 개인 비행기를 여러 차례 이용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 앙헬 우레냐는 이날 “웃기는 일이며 물론 진실이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걸 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수정헌법 25조(궐위 시 부통령 대행)를 발동 안 시켰느냐”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1992년 자신의 별장에서 엡스타인과 파티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연루설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총격 사건 등을 덮기 위해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모든 것이 조사되기를 원하는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2016년 대선 출마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에서 출생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대통령 출마 자격조차 없다’는 논리로 공격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 시민권자임을 입증하는 출생증명서를 공개한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음모론을 멈추지 않았다.

2016년 대선 경선 때는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부친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2017년 취임 직후에는 경선 기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 타워를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모두 증거 제시 없는 음모론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CNN·뉴욕타임스 등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내년 대선 때까지 음모론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9-08-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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