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강제 해산 돌입… 8주 만에 마무리 수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8주 넘게 이어진 홍콩 민주화시위가 소득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당국은 시위대가 주요 도심에 설치했던 점거물을 18일 대부분 철거했다. 홍콩 당국과의 대화마저 끊긴 가운데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전의를 상실한 시위대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았다.도심 점거 시위 52일째인 18일 홍콩 당국이 고용한 인부들이 시위대가 정부청사 앞에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있다. 이날 정리 작업은 법원 집행관과 경찰의 공조로 이뤄졌으며 시위대와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홍콩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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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은 철거에 앞서 “철거 작업을 방해할 경우 법원 멸시죄로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당국은 이날 시위대와의 충돌에 대비해 2000여명의 경찰력을 대기시켰으나 시위대는 당국의 철거 작업을 묵묵히 지켜봤을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시위대 일부는 인근 애드미럴티 정부청사 앞 공민광장 쪽으로 이동한 뒤 “경찰이 점거물 철거 작업을 빌미로 강제 해산을 시도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위에 다시 불이 붙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이 시위대와 타협할 의사가 전혀 없는 데다 홍콩 당국도 이들과의 대화를 중단한 상태에서 경제 악화를 이유로 시위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 중문대가 지난 5~15일 15세 이상 홍콩 시민 103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4%는 시위대가 도로 점거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에는 시위 찬성(38%)이 반대(35%) 여론을 압도했지만 11월에는 반대(43%)가 처음으로 찬성(34%) 여론을 앞지르기도 했다.
시위 초반인 10월 초만 하더라도 애드미럴티 광장에는 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 중국 당국을 긴장시켰다. 서방 언론은 당국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낸 시위대의 행동을 ‘우산 혁명’이라고 명명하며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시위대의 힘을 뺀 가운데 최근 강제 진압설까지 흘러나오자 시위 주도자들까지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시위를 이끈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 등은 21일쯤 자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다른 주도자인 홍콩 중문대 소속 찬칸만도 이날 “홍콩 경제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점거 시위를 끝내거나 점거 범위를 공민광장 일대로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민주화시위는 지난 8월 말 중국 당국이 홍콩 행정수반 선거에 나올 수 있는 후보를 친중국계로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다. 지난 9월 28일 홍콩 당국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며 본격화된 점거 시위는 이날로 52일째를 맞았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11-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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