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땐 ‘전국구 정치가’로 발돋움

한국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언변과 비전을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체회의 ‘대회발언’(연설)이다. ‘최고강단’(最高講壇)이라 불리는 이 무대에 나서면 ‘전국구 정치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중국 신문화보(新文化報)는 9일 양회(정협·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최고강단’을 놓고 벌이는 정협 위원들의 분투기를 다뤘다. 올해 정협에서는 9일부터 11일까지 매일 한 차례씩 3회에 걸쳐 ‘최고강단’을 연다. 1회에 10여명씩 30여명이 발언 기회를 잡는다. 발언 신청자는 1000여명으로 경쟁률이 33대1이다. 발언 시간 8분 내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면 연설문이 빼어나야 한다.

연설 희망자는 우선 정협에 자신의 연설 원고를 제출해야 한다. 정협은 발언소조를 꾸려 1차로 원고를 심사한 뒤 전체회의 비서처에 올린다. 비서처를 통과한 원고는 비서장 판공회의에서 최종 심사를 받는다. 3개의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최고강단’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원고 가운데는 명문이 많다.

정협 전체회의의 ‘대회발언’은 1949년 9월에 열린 제1차 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인대가 구성되기 전이었던 이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이 선포됐다. 당시 기록을 보면 마오쩌둥(毛澤東·18분), 류사오치(劉少奇·14분), 쑹칭링(宋慶齡·12분) 등이 연설했다. 신문화보는 “최근 4차례의 정협에서 3번이나 발언권을 따냈고 명연설로 많은 박수를 받았던 개혁개발연구원장 츠푸린(遲福林)도 이번엔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