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싼 작품들 왜 사서 보나요?

그 비싼 작품들 왜 사서 보나요?

입력 2011-07-09 00:00
수정 2011-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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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작 활용 오재우 작가 ‘컬렉터스… ’展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식으로 말하자면 (전시 자체를 포함해) 모두 가짜다. 페이크 다큐다.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마르코 로스코, 이우환, 게르하르트 리히터 같은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고, 그 앞에는 소장가들이 언제 어떻게 작품을 구입했는지 설명하는 동영상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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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반신반의한다. 이지은(변호사), 반이정(미술평론가), 이대형(큐레이터), 최기석(엔지니어), 조광제(철학자)처럼 그럴듯한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임경훈(주부), 소재희(고등학생), 정시우(초등학생) 같은 일반인들까지 모두 열정적으로 소장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런 명작이 한국에? 그것도 한국적 풍토에서 소장자가 맨얼굴을 직접 드러내고 소장 경위를 설명한다? 거기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미술품 판매 계약서까지? 전시장 입구에 놓였던 도록을 펼쳐 드니 맨 끝장에 적혀 있다. ‘새.빨.간.거.짓.말.’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아트라운지 디방에서 열리는 오재우(36) 작가의 ‘컬렉터스 초이스’(Collector’s Choice) 전시다. 언뜻 굉장히 냉소적으로 느껴진다.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싸지? 이게 출발점이에요. 예술이란 거, 백남준이 말했듯 결국 사기 아닐까요.” 오라가 사라진 무한 복제 시대 자체를 연극적인 연출로 완연히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홍대 회화과 출신이다. “자존감이랄까 그런 게 약한 것 같아요. 대학 때는,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림들을 그렸어요. 사회와 인간, 국가 폭력 같은…. 그런데 이게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질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물어본 거다. “좋은 그림을 골라내서 소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거예요. 제가 뭐라 답을 내렸다기보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작가가 만든 모작이다. 참가자들이 갖고 싶은 작품을 지정하면 작가가 그려줬다. 대신 그 작품의 가치와 소장 경위에 대해 상상해서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놀랍게도 모든 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셨어요. 작품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를 그 분들 스스로 표현하신 거죠.” 어쨌거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작업임에는 분명하다. “글쎄요. 젊었을 때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나이 들어선 못 할 테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예술이 뭐지, 미술품이 뭐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싶은 거지요.” (02)379-3085.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7-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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