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도 ‘조그만 암초’ 기록 중국의 관할권 주장은 억지 논리”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 파문과 관련, 이어도의 역사와 영유권 문제를 규명한 ‘이어도 바로 알기’(선인 펴냄)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이어도연구회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고충석(62) 전 제주대 총장이 지난해 11월 펴낸 것이다.고 전 총장은 발간사에서 “독도는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데 이어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너무 조용한 외교로 인해 국민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 뒤 제주의 역사와 생활문화 등에 스며든 이어도의 상징과 이미지 등을 두루 살폈다.
책에는 “‘제주 바다’, ‘제주 먼바다’로 통칭되는 동아지중해역 안에 이어도가 존재했다는 것을 제주 도민들은 오랜 역사적 체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고, 여러 역사서와 고문헌들은 이를 강력하게 증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역사적 체험으로 이어도 존재 인지
중국 ‘원사’(元史) 같은 역사적 기록물은 물론 제주에서 내려오는 민요 등을 살펴보면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해로는 제주섬을 기점으로 제주 도민에 의해 개척됐고, 이를 주변 국가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7세기 중엽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에 떠내려왔다가 13년간 조선에 살았던 헨드릭 하멜이 남긴 ‘하멜표류기’ 내용이 눈길을 끈다. 타이완 해역에서 풍랑을 만난 이들이 조그만 암초 위에서 닻을 내렸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당시 기록들을 종합하면 이 암초가 바로 이어도였다는 것이다.
●‘中, 이어도’ 근거는 산해경이 유일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도 반박한다. 중국의 고대 지리서 ‘산해경’에는 “동해 밖 태황 가운데 산이 있으니 이름하여 의천소산이라 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중국은 이것이 이어도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연구회는 “옛날 중국인들이 암초를 산으로 생각하고 표현했다는 주장은 억지로 끼워 맞춘 논리일 뿐”이라면서 “중국의 근거는 산해경이 유일한 반면 한국은 다수의 문헌, 지도, 설화 등에서 이어도의 존재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도연구회는 9월 타이완에서 국제학술대회도 연다. 한국은 물론 타이완·필리핀·베트남 등 중국과 해역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의 학자들도 대거 참석한다.
고 전 총장은 “중국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국가들은 한국을 포함, 모두 14개국에 이르는데 중국은 이들 국가와 크건 작건 간에 모두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와 연대해 해양 영토 분쟁 해결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3-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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