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명 끝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스타덤”실제로 말숙이 같은 시누이는 절대 싫어요”
기혼녀들에게 ‘말숙이’는 공공의 적이다.지난 6개월간 주말이면 안방극장에 찾아온 ‘말숙이’는 기혼녀들에게 경계의 대상이자, 전면적인 인간 개조가 필요한 ‘시누이’를 대표했다.
하지만 말숙이가 올케에게 ‘패악’을 떨수록 시청률은 올라갔다.
종영을 한 달 앞둔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의 방말숙.
이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넘어 고공행진을 펼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방말숙이 그중 큰 몫을 차지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
방말숙에 ‘빙의’돼 이보다 얄미울 수 없는 시누이 연기를 펼친 오연서(25)를 지난 21일 을지로에서 만났다.
”너무 좋죠. 확실히 시청률이 40%를 넘어서니 길거리를 다니기가 힘들어졌어요.(웃음) 혹시나 혼내거나 때리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러지는 않으시고 절 보면 다들 ‘말숙이다!’라며 반가워하고 좋아해주세요.”
확실히 ‘떴다’. 아직 오연서라는 이름이 낯설 수는 있어도 시청률을 볼 때 ‘방말숙’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넝굴당’ 전까지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그는 방말숙의 인기로 CF를 6편이나 찍었다.
”아직 얼떨떨할 뿐이에요. 데뷔하자마자 이런 인기를 누렸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만 10년 고생해봐서 그런지 현재를 온전히 즐길 수만은 없네요. 이러다가 또 잊힐까 봐 두렵기도 하고, 마냥 좋아하기엔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기에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데뷔 만 10년을 맞았다.
2002년 중학교 3학년 때 본명인 오햇님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탤런트로 활동 중인 전혜빈과 댄스그룹 LUV로 데뷔했다.
이듬해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주인공인 고아라의 언니 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했고 동국대 연영과에 진학한 뒤 2009년 영화 ‘여고괴담5’에서는 공동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을, 얼굴을 알리는 데는 실패했다.
”남들은 잘 모르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일했어요. 진짜 작은 단역부터 시작해서 ‘동이’ ‘대왕세종’ 등 사극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죠. 하지만 같이 출발한 고아라 등이 쭉쭉 성장한 것과 달리 전 계속 무명이었고 그래서 버티기 힘든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연말 집에서 연기대상 시상식을 TV로 볼 때면 서러움이 밀려왔죠. 뚜렷하지 않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점점 쌓여가면서 많이 지쳤죠.”
그는 “’넝굴당’을 만나지 않았다면 연기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올해도 안되면 진짜 그만두려 했어요. 그럴 때 이처럼 보석 같은 작품을 만났으니 너무 감사하죠.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해보라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오연서는 지난해 말 ‘넝굴당’의 시놉시스를 접하자마자 “말숙이는 내가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놉시스를 볼 때부터 이 작품 대박이겠다고 생각했고 말숙이는 내 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차 오디션을 본 후 연락이 없는 PD님을 조르고 졸라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죠. 그렇게 해서 보게 된 2차 오디션 때는 내가 왜 말숙이를 해야 하는지 정말 강하게 어필했어요. 제가 지난 10년간 이렇게 적극적으로 캐스팅을 위해 달려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는 말숙이의 엉뚱하고 푼수 같은 면이 자신과 닮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신은 말숙이처럼 ‘된장녀’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똑똑한 척하면서 실속을 못 차리는 허당 기질, 푼수 같은 면이 저랑 비슷해요.(웃음) 또 말숙이의 밝고 거침없는 면은 지금의 20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니 제 안에도 비슷한 게 있겠죠? 하지만 전 말숙이처럼 사치하지 않아요. 또 말을 직설적으로 하거나 화를 마구 내는 타입도 아닙니다.”
종합하면 발랄하고 통통 튀는 면은 닮았지만 자신은 극중 말숙이의 엄마가 ‘미친 망아지’라고 표현한 것처럼 드세거나 막 나가는 성격은 아니라는 설명.
그래서 그는 “연기하는 내내 말숙이 캐릭터에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말했다.
”워낙 스펙타클하고 강한 캐릭터이다 보니 사실은 연기하기가 힘들어요. 밉지만 미워 보이지 않게,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수위도 조절해야 하고요. 게다가 까마득한 대선배인 김남주 선배님을 상대로 온갖 심한 말을 내뱉어야 하니 에너지가 보통 많이 든 게 아니었어요. 김남주 선배님이 너무 잘 받아주셔서 자신감 있게 더 강하게 나갈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땐 우리 둘 다 연기하다 너무 열이 받아서 실제로 혈압이 상승하기도 했어요.(웃음)”
’넝굴당’의 재미가 최고점을 찍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윤희(김남주 분)가 자신의 동생 세광(강민혁)과 말숙의 관계를 알게 된 부분이다.
”올케 윤희한테는 아직 들키지 않았을 때 말숙이가 태도를 180도 바꿔 윤희한테 갑자기 잘하기 시작하는 부분을 제일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언제 탄로가 날까 전전긍긍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제가 시집살이를 하는 듯한 압박을 느꼈을 정도예요. 세광의 식구들만 만나면 괜히 떨리고 눈치가 보였어요.(웃음) 그때 김남주 선배님이 ‘조금 있으면 넌 죽었어’라며 놀리셨죠.”
오연서는 말숙이의 ‘만행’들에 “단순하고 직설적인 아이이니 오빠와 올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말숙이 같은 시누이를 만나는 상황은 “절대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제로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전 올케가 생기면 잘해줄 것 같아요. 말숙이를 연기하면서 여자형제 많은 집에는 시집가기 싫어졌어요.(웃음) 말숙이 같은 시누이를 현실에서 만나면 못 당할 것 같아요.”
10년 무명의 긴 터널을 헤쳐나온 그는 이제 새 출발선상에서 제2의 스타트를 한 셈이다.
”저, 액션도 잘할 것 같고 청순한 역할도, 팜므파탈도 하고 싶어요. 새롭게 어떤 역이든 다 해보고 싶어요. ‘넝굴당’ 끝나면 곧바로 다음 작품 할 겁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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