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치 전문가인 양 친구를 위로하려 든다거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애도하는 기간을 서둘러 마무리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겁니다. 슬픔을 정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오이겐 드레버만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전한 메시지다.
메시지 대상은 남편을 잃은 친구 때문에 마음이 아픈 한 여성이다. 그 여성의 친구는 30대 중반에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냈고 이제 7세와 10세인 아들을 키우며 살아야 한다.
드레버만은 “친구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무엇보다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이에게는 오히려 섣부른 위로가 금물이며 주위 사람들이 지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유족을 보살펴야 하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드레버만은 “그 어떤 설명을 대신하거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줄 수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대신 추운 눈밭에서도 꽃이 필 수 있도록 그녀의 곁을 지키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면에서부터 스스로 안정을 찾도록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슬픔에 빠진 이에게 서둘러 사회로 나오라고 재촉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로마 귀족 세네카의 예를 든다. 세네카는 아이를 잃고 수년간 슬픔에 빠져 지낸 한 여성에게 ‘애도의 편지’를 썼다. 개인이 누군가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못한 당시 사회는 어서 바깥으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세네카도 그 여성이 슬픔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네카는 앞장서서 그 여성을 위로하고자 했지만 그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드레버만의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국내 번역된 책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에 담겼다.
가톨릭 사제 출신인 그는 “성서 내용을 상징과 비유로 받아들여야 하며, 교리를 절대화해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가 파면됐다. 이후 심리 상담과 평화 운동에 매진했고 2007년 ‘에리히 프롬 상’, 2011년 ‘알베르트 슈바이처 상’을 받았다.
책은 2008년부터 독일 노르트베스트라디오의 프로그램 ‘발언의 자유’를 통해 매주 토요일 세 시간씩 청취자와 나눈 대화와 상담을 정리해서 담았다. ‘예수를 그린 사람들’, ‘우리 시대의 신앙’ 등에서 종교와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저자이지만 청취자와 만날 때는 인간적이며 세속적인 고민을 들어주려고 힘썼다.
유럽의 저명한 석학임에도 이래라저래라며 조언하지 않고 그냥 들어줬다. 청취자 스스로 편견을 딛고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답을 깨우도록 이끌어준 것이다. 그는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고 배려하는 대화가 가장 좋다”며 “일그러진 감정과 두려움, 죄책감 등을 언어로 표출하는 순간 마음이 치유된다”고 설명한다. 관계, 자아, 진정한 성공, 솔직함, 책임감, 믿음, 현실, 결혼, 죽음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성찰을 잔잔한 목소리로 전한다. 김태정 옮김. 토네이도. 296쪽. 1만4천원.
연합뉴스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오이겐 드레버만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전한 메시지다.
메시지 대상은 남편을 잃은 친구 때문에 마음이 아픈 한 여성이다. 그 여성의 친구는 30대 중반에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냈고 이제 7세와 10세인 아들을 키우며 살아야 한다.
드레버만은 “친구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무엇보다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이에게는 오히려 섣부른 위로가 금물이며 주위 사람들이 지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유족을 보살펴야 하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드레버만은 “그 어떤 설명을 대신하거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줄 수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대신 추운 눈밭에서도 꽃이 필 수 있도록 그녀의 곁을 지키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면에서부터 스스로 안정을 찾도록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슬픔에 빠진 이에게 서둘러 사회로 나오라고 재촉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로마 귀족 세네카의 예를 든다. 세네카는 아이를 잃고 수년간 슬픔에 빠져 지낸 한 여성에게 ‘애도의 편지’를 썼다. 개인이 누군가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못한 당시 사회는 어서 바깥으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세네카도 그 여성이 슬픔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네카는 앞장서서 그 여성을 위로하고자 했지만 그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드레버만의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국내 번역된 책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에 담겼다.
가톨릭 사제 출신인 그는 “성서 내용을 상징과 비유로 받아들여야 하며, 교리를 절대화해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가 파면됐다. 이후 심리 상담과 평화 운동에 매진했고 2007년 ‘에리히 프롬 상’, 2011년 ‘알베르트 슈바이처 상’을 받았다.
책은 2008년부터 독일 노르트베스트라디오의 프로그램 ‘발언의 자유’를 통해 매주 토요일 세 시간씩 청취자와 나눈 대화와 상담을 정리해서 담았다. ‘예수를 그린 사람들’, ‘우리 시대의 신앙’ 등에서 종교와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저자이지만 청취자와 만날 때는 인간적이며 세속적인 고민을 들어주려고 힘썼다.
유럽의 저명한 석학임에도 이래라저래라며 조언하지 않고 그냥 들어줬다. 청취자 스스로 편견을 딛고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답을 깨우도록 이끌어준 것이다. 그는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두고 배려하는 대화가 가장 좋다”며 “일그러진 감정과 두려움, 죄책감 등을 언어로 표출하는 순간 마음이 치유된다”고 설명한다. 관계, 자아, 진정한 성공, 솔직함, 책임감, 믿음, 현실, 결혼, 죽음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성찰을 잔잔한 목소리로 전한다. 김태정 옮김. 토네이도. 29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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