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들을 위한 여름’
1925년 봄 미국 테네시 주는 사상 처음으로 ‘반진화론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립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게 막는 법이었다.곧이어 그해 여름 테네시주 과학교사 존 스콥스는 법정에 섰다. 테네시 주의 법을 어기고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에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진화론 교육 재판’이 열리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과학 분야가 자존심을 걸고 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확대됐다.
반진화론법을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대통령 후보 출신으로 기독교 원리운동의 선도자인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 스콥스 진영에서는 미국 최고의 형사변호사로 꼽혔던 콜래런스 대로가 나섰다.
양측은 굳은 신념을 갖고 열성적으로 변호에 임했다. 브라이언에게는 평생을 지켜온 신앙심이 있었고, 대로에게는 개인의 자유를 지키고자하는 열망이 컸다.
양측은 평생 쌓아온 역량과 이론을 모두 동원했다. 진화론과 관련한 재판이었다는 점에서 흔히 ‘원숭이 재판’이라고 불렸다. 이 재판 이후 미국 국민은 진화론자와 창조론자로 갈렸다고 할 정도로 의미있는 법적 공방이었다.
신간 ‘신들을 위한 여름’(원제: Summer For The Gods)은 스콥스 재판을 처음으로 독립된 주제로 다룬 책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재판의 배경, 전개 과정, 결론까지 객관적으로 진지하게 다룬 덕분에 199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당시 보스턴 글로브는 “미국 지성의 여명기에 대한 한 권짜리 입문서로는 최고”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미국 페퍼다인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조지아대 고등교육연구소의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에드워드 J. 라슨이다.
그는 노회한 변론가인 대로와 브라이언이 주고받은 변론을 역동적으로 묘사해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옮긴이인 한유정 씨는 “세기의 재판이라는 미국 근대사의 중대한 사건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저자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며 “법정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공방전은 전투 장면을 방불케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스콥스 재판이 열린 지 90년이 지났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주장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한유정 옮김. 글항아리. 472쪽. 2만3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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