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경험, 따가운 시선…시 쓰는 데는 힘 됐죠”

“불편한 경험, 따가운 시선…시 쓰는 데는 힘 됐죠”

입력 2015-08-10 07:31
수정 2015-08-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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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이시형 학생, 양발로 시 써 대산청소년문학상 금상

”내 대뇌는 고기압이다 / 운동신경이 있을 저기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 난 월요일, 화요일을 집어 삼킨 시간의 파도에 휩쓸렸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있는 곳은 수요일 7교시, / 체육 시간이라는 외딴섬이었다 / 내가 섬에 도착한 시간에 원주민들은 / 벌써 사냥을 하고 있었다”(시 ‘멈추다’ 일부)

서울 구암고등학교 3학년 이시형(18)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지체장애 1급)를 앓아 양손을 쓰지 못한다. 일반 학교에 다니지만 체육 시간에는 ‘외딴 섬’에 있는 듯 멀찍이 앉아 친구들을 바라본다.

그런 이 군이 올해 열린 제23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고등 시 부문에서 400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최고상 금상을 공동 수상했다. 시 ‘멈추다’는 그가 수상 후보 학생들과 떠난 문예 캠프에서 써낸 작품이다.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택에서 만난 이 군은 “몸에 불편함이 있지만 남들과 다른 몸으로 태어나 남과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장점”이라며 “따가운 시선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군은 작년 가을 교내 백일장 대회에 써낸 단편소설로 2등 상을 받으면서 문학에 소질을 발견했다. 소설은 어머니와 갈등 끝에 집을 나간 주인공이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만나면서 행복함을 배우는 내용이었다.

이 군은 부모님도 모르는 사이 자기 방에서 혼자 발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작품을 썼다. 작품을 본 문학 선생님이 문예창작과 지원을 권유한 이후 이 군은 작가로서 꿈을 키우고 있다.

이 군은 “방에 앉아 게임을 주로 하다 어느 순간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속에 있는 것, 늘 담아두고 살던 말들을 글로 푸니까 정말 후련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 김경숙씨는 “그때는 아들에게 꿈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기분이 좋았다”면서 “요즘은 새벽까지 시를 쓰느라 잠을 못 자더라”고 말했다.

이 군 작품에는 불편한 몸으로 생활하는 부담감,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4남매의 셋째로 태어난 이 군이 누나들과 남동생에게 느끼는 미안함 등 복잡한 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머니의 바구니에서 꺼내지던 도중 / 운동신경이 깨져버린 전 / 항상 흔들리는 잔이에요 / 형제들에게서 부모님의 사랑 뺏어간, 매일 무게감 있는 잔이에요”(시 ‘잔’ 일부)

그는 “부족하지만 제 작품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저보다 더 잘 쓰는 사람들의 작품을 보고, 대학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실력을 더 쌓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는 “몸이 불편해도 마음은 다 똑같다.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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