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 호산방 32년 만에 폐업…”문화 살리려면 고서 알아야”

고서점 호산방 32년 만에 폐업…”문화 살리려면 고서 알아야”

입력 2015-09-11 15:44
수정 2015-09-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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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에 자리한 고서점(古書店) ‘호산방’이 개점 3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박대헌(62) 호산방 대표는 1983년 서울 장안평 고미술 상가에 호산방을 처음 열었다.

그 후 박 대표는 책마을 사업을 하려고 가게를 강원도 영월로 옮기고, 출판단지에서 박물관을 할 생각으로 파주로 가는 등 곳곳으로 이사를 하다 지난해 마지막 자리인 종로구 창덕궁 앞에 7번째 터를 마련했다. 고서와 책의 가치를 알리려는 책방 주인의 노력이었다.

11일 간판을 내린 박 대표는 연합뉴스에 “오늘 짐을 모두 싸서 전북 완주 삼례읍으로 내려왔다”며 “이곳에서 진행하는 책마을 사업에 도움을 주면서 서점 살리기의 ‘7전8기’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때부터 고서에 관심을 둔 박씨는 30세가 되던 해 고서점을 직접 차리면서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수십 년 전에 출간된 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책은 물론 엽서, 음반, 우표까지 옛 사람들이 남겨놓은 지성의 흔적을 가격 흥정하지 않고 정가로 판매해왔다.

박씨는 “예전에는 고서 연구자와 수집가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고서가 세태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며 모두 등한시한다”며 “하지만 고서에는 모든 문화의 뿌리가 있고, 고서를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문화는 이제 어렵다”고 단언했다.

박씨는 “자연과학, 역사 등은 모든 뿌리가 고서에 있다”며 “옛날 백두산의 기록을 남긴 사람이 누가 있었는지, 백두산에 가장 먼저 오른 서양 사람은 누구인지, 100년 전에 조선에 나비를 연구하러 온 사람이 뭘 봤는지, 이런 역사를 모두 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게에 남은 수만 권의 고서를 싸들고 삼례로 내려간 박씨는 “내년에는 이곳에 2층짜리 책방을 조성하려고 한다”며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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