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스타벅스·…한국 문화유산 지키는 외국계 기업

라이엇게임즈·스타벅스·…한국 문화유산 지키는 외국계 기업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5-02 22:10
수정 2016-05-0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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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반출 조선불화 환수해 기증도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수궁 중명전 문화유산국민신탁(국민신탁) 전시실. 70대의 한 노인이 유물 한 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1948년 7월 쓴 ‘存心養性’(존심양성·좋은 마음을 그대로 지키고 간직하여 하늘이 주신 성품을 키워 나간다는 뜻) 친필휘호였다. 노인은 “생전 백범 선생의 유묵을 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네 글자에서 백범 선생의 정신이 오롯이 느껴진다”고 했다. 백범 선생 친필휘호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지난해 10월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구입, 국민신탁에 기증하면서 일반에 공개됐다.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문화재 환수를 비롯해 국내외 문화재 구입·기증, 복원을 주도하며 재능기부와 후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과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

포르쉐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등 여러 외국계 기업들이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2011년 한국 진출 이듬해부터 문화재 환수·기증·복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 1월, 일제강점기때 반출돼 나라 밖에서 표류하던 조선시대 불화 ‘석가 삼존도’를 미국에서 환수해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홍보실장은 “해외 문화재 환수는 기약이 없다. 그래서 미리 문화재 환수 예산을 따로 마련해 놓고 필요할 때 즉시 후원한다”고 했다.

국내에 떠도는 문화재도 구입해 국민신탁에 기증하고 있다. 국민신탁에서 보존이 시급한 문화재 구입을 요청하면 곧바로 구매해 기부한다. 박영효의 묵서 ‘오지재연하’(吾志在煙霞), 1888년 안동으로 보낸 안부편지인 김홍집의 간찰(簡札) 등 4년간 20여점의 문화재를 구입, 기증했다. 지난달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사업에 5억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구 실장은 “게임도 하나의 문화콘텐츠다. 문화의 뿌리는 문화유산이다. 한국의 문화유산은 한국에 뿌리를 둔 기업들의 콘텐츠 토양이다. 문화유산을 잘 지켜서 후대에 물려줘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5-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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