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하는’ 흥행배우들…“자주 봐서 좋긴 한데…”

‘소처럼 일하는’ 흥행배우들…“자주 봐서 좋긴 한데…”

입력 2016-10-08 13:26
수정 2016-10-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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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충무로에서 ‘소’처럼 일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지난해 ‘국제시장’과 ‘베테랑’, ‘히말라야’에 이어 올해 2월 ‘검사외전’, 5월 ‘곡성’, 9월 ‘아수라’까지 2년간 사계절 극장가를 책임져왔다.

현재는 송중기·소지섭과 함께 ‘군함도’(류승완 감독)를 촬영 중이다. 이 영화는 내년에 개봉한다.

황정민이 이렇게 다작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흥행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올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 톱 10에 3편이나 들어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한 해 동안 보는 영화는 평균 4.2편. 흥행 영화만 본다고 가정할 경우 스크린에서 황정민을 여러 번 마주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계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작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흥행이 검증된 소수의 배우가 반복해서 나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관객과 제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나타난 현상이긴 하지만, 한국영화 전체적으로 봐서는 명보다 암이 더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국영화계 움직이는 배우 17명…다작 흥행배우는?

그렇다면 최근 5년간 출연 횟수가 가장 많은 주연급 배우는 누구일까.

연합뉴스가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에게 의뢰해 2011년 1월부터 2016년 9월 말까지 주연 배우들의 출연 횟수(개봉작 기준)를 집계했다.

흥행배우들의 출연 빈도를 알아보기 위해 관객 수 5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2편 이상인 배우들로 조사 대상을 한정했다. 단, 목소리 연기는 제외했다.

그 결과 최종 17명의 배우가 추려졌으며, 이 가운데 최근 5년간 가장 출연 횟수가 많은 배우는 각각 11편씩 출연한 하정우와 류승룡으로 조사됐다.

하정우는 ‘터널’(2016), ‘아가씨’(2016), ‘암살’(2015), ‘허삼관’(2014), ‘군도:민란의 시대’(2013) 등에 출연했다. 한 해 평균 출연 횟수는 1.8편으로, 대체로 1년에 두 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한 셈이다.

류승룡은 ‘도리화가’(2016), ‘명량’(2014), ‘7번방의 선물’(2013),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흥행배우로 발돋움했다.

2위는 5년간 10편의 영화에 모습을 드러낸 황정민이다.

3위는 9편의 영화에 출연한 김윤석이다.

김윤석은 검은 사제들‘(2015), ’극비수사‘(2014), ’쎄시봉‘(2014), ’타짜-신의 손‘(2014), ’도둑들‘(2012)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송강호, 손예진, 한효주, 유아인은 각각 7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송강호는 ’밀정‘(2016), ’사도‘(2014),’변호인‘(2013) 등에 기용됐고, 손예진은 ’덕혜옹주‘(2016), ’비밀은 없다‘(2015),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 등에서 여주인공으로 활약했다.

한효주는 ’해어화‘(2015), ’뷰티 인사이드‘(2015) 등에 출연했고, 유아인은 ’좋아해 줘‘(2015), ’사도‘(2014), ’베테랑‘(2014) 등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설경구·이정재·심은경은 각각 6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손현주·공유는 5편, 강동원·김혜수는 4편을 찍었다.

전지현은 ’도둑들‘(2012), ’베를린‘(2012), ’암살‘(2015) 등 최근 5년간 출연한 영화가 3편뿐이지만, 영화 1편당 평균 관객 수는 1천95만2천32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수현 역시 ’도둑들‘(2012)과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등 2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1인당 평균 관객 수는 997만6천200명으로 전지현 다음으로 많았다.

◇ “흥행 위험 줄이려…갈수록 배우풀 좁아져”

이들 배우가 지난 5년간 여러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과 제작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졌기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나오니까 좋고, 제작자 입장에선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가 ’폭망‘(폭삭 망함)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투자·제작사 관계자는 “영화 한 편이 망하면 회사가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흥행 타율이 높은 배우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경기불황으로 극장 요금 1만원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영화 선택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 흥행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고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투자·제작사들이 흥행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유명 배우들을 한꺼번에 출연시키는 멀티캐스팅을 선호하면서 특정 배우들의 반복 출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정우성·황정민·주지훈·곽도원 등 충무로 스타들이 나온 ’아수라‘나 김윤석·김혜수·이정재·전지현·김수현·김해숙·오달수가 출연한 ’도둑들‘이 멀티캐스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정 배우에 대한 의존 및 쏠림 현상이 심화할수록 배우들의 인력풀은 점점 좁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특정 배우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흥행이 한번 검증된 배우는 5년에서 10년은 그 효과가 지속된다”면서 “그러다 보니 몇몇 배우들만 쓰게 돼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양성 영화나 작은 영화, 중간 규모의 영화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서 새로운 배우가 나와야 한다”며 “결국 영화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들 배우는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작품마다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또 ○○○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배우들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미지 소모가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대해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송강호가 13년 전 주연을 했을 때 당시 주 관객층은 20대였지만 이 관객들이 이제 30대, 40대가 돼 아직도 송강호라는 배우를 소비하고 있다”면서 “할리우드 배우처럼 한국 배우들도 관객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고, 한국영화도 노장 배우가 주연할 수 있는 영화시장이 열리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검증된 배우만 계속 기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김우빈은 주연급이 아니었지만, 검증을 거쳐 영화 ’기술자들‘(2014)에서 주연으로 성장했고, 박보검도 ’명량‘에서 비중이 작은 조연이었지만 ’차이나타운‘(2015)에서 눈도장을 찍은 뒤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주연급으로 성장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신인배우들도 꾸준히 검증을 받으면서 주연급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 배우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여배우 풀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자배우들은 한해도 몇 명씩 주연급으로 떠오르지만, 여성 캐릭터 영화가 적다 보니 여배우들은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줄고 있다는 진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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