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 이어 ‘햄릿’도 공연 취소…고질병 도지나

뮤지컬 ‘드림걸즈’ 이어 ‘햄릿’도 공연 취소…고질병 도지나

입력 2017-06-16 10:29
수정 2017-06-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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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문제’ 해명에 ‘부실’ 지적…‘드림걸즈’는 대체 배우 투입

뮤지컬 ‘드림걸즈’에 이어 뮤지컬 ‘햄릿’도 관객이 모두 입장한 상태에서 공연 취소를 결정하며 관객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16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뮤지컬 ‘햄릿’은 공연 시작 50여 분이 지난 시점에서 공연 취소 결정을 알렸다.

무대 기술 감독은 무대 위로 올라와 “공연 직전부터 생긴 조명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오늘 공연을 취소하고 환불 및 재관람권 지급 절차 등을 진행하겠다”고 사과했다.

영문을 모르고 자리에 앉아 공연 시작을 기다린 관객들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장에 남아 부실한 대응에 거세게 항의했다.

제작사인 더길 관계자는 “공연장에서 안내 드린 대로 무대 쪽 문제로 공연을 불가피하게 취소하게 됐다”며 “오늘부터의 공연은 정상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실한 해명에 공연계 안팎에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무대 장치에 문제가 있었더라면 관객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선행됐을 텐데 50여분이 지난 뒤에서야 공연 취소를 결정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주연 배우의 지각, 스태프와 제작사 간 갈등 등이 거론되는 상황.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할 오케스트라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이 들린다”며 “임금 체불 등 돈과 관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공연업계 관계자도 “제작사가 신생 업체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막이야 제작사만 알겠지만 진짜 기술적 문제였다고 해도 그러한 대처는 너무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취소 회차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한 배우의 관계자는 “배우 문제는 아니다”며 “공연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사고가 잇따르며 뮤지컬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에도 대형 뮤지컬 ‘드림걸즈’가 공연 시작 후 약 한 시간 만에 배우의 건강 문제로 공연을 중단한 바 있다.

배우에게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기는 것이야 불가항력적인 일이지만, ‘커버’(주역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 배우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제작사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드림걸즈는 지난 8~9일 공연을 취소했다가 다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들의 건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른 배우(티파니 만)를 오는 17일부터 급히 대체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 뮤지컬계는 관객 숫자에 비해 공연 편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공급 과잉과 제작비 거품, ‘돌려막기 식’의 투자 관행 등으로 진작부터 몸살을 앓아왔다.

2014년에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임금 체불로 인한 배우들의 출연 거부로 공연 시작 10분 전 갑자기 취소되는 사태가 터지기도 했다.

작년에는 아시아 초연 예정이던 뮤지컬 ‘록키’가 대관료를 지급하지 못해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만일 임금문제 등이라면 고질병 중의 고질병이 또 터진 것”이라며 “수익을 못내도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식의 해묵은 관행이 여러 문제로 노출돼왔음에도 여전히 고쳐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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