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해방의 대서사’ 이쾌대 회고전
독자적인 주제 의식으로 근대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화가 이쾌대(1913~1965)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22일부터 열린다. 광복 70주년이자 이쾌대 타계 50주기를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거장, 해방의 대서사’라는 제목으로 펼쳐진다.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0년대)을 비롯한 유화작품들과 유족이 비공개로 소장하고 있던 드로잉 150여점, 잡지표지화, 삽화 등을 망라해 해방기 민족의 운명을 붓으로 끌어안았던 대가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답습보다는 우리의 현실에 어울리는 한국적 서양화를 모색하고, 해방 후에는 민족 미술이 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던 그는 해방의 감격과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한 ‘군상-해방고지’(1948년작)와 같은 대작을 발표하며 화단에 충격을 줬다. 홍익대 강사, 국전 추천 화가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발발한 6·25전쟁 당시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하고 있다가 북한국의 선전미술 제작에 가담해야 했고, 이런 이유로 국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있다가 1953년 북으로 갔다. 1965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1988년 월북작가 해금 조치에 이은 1991년 신세계미술관의 ‘월북작가 이쾌대전’으로 대중에게 점차 알려져 그의 이름과 작품들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이쾌대가 남긴 그림들은 대략 1930년에서 1950년 무렵까지 20여년에 걸쳐 제작됐다.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 해방기 그리고 한국전쟁기로 한국 역사의 비극적 시대와 겹친다. 그는 이 암울한 시대를 딛고 예술혼을 꽃피운 화가로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킨 식민지 시대에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확립했다. 해방 직후 좌익과 우익이 대립하며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을 때엔 참았던 숨을 토하듯 대작을 쏟아 냈다.
이번 전시는 휘문고보부터 제국미술학교 재학 시절인 학습기(1929~1937), 귀국 후 신미술가협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을 시도한 모색기(1938~1944), 해방 이후 탁월한 역량을 기반으로 한국적인 리얼리즘 미술 세계를 구현한 전성기(1945~1953)로 나눠 보여 준다. 또 최초로 공개되는 드로잉, 잡지표지화, 편지, 그리고 각종 유품이 이쾌대의 예술 세계를 한 단계 깊이 이해하는 것을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7-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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