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첫 앨범
모차르트 주제로 독일서 녹음
밴 클라이번 우승 때 호평 인연
내년 1월 전국 투어 리사이틀
첫 앨범 ‘모차르트(MOZART)’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앨범 첫 수록곡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판타지를 연주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마스트미디어 제공
유니버설뮤직·마스트미디어 제공
선우예권의 첫 앨범에 들어간 ‘론도’ 악보엔 그의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동안 슈베르트나 브람스, 슈만, 라흐마니노프 등으로 주로 무대에 섰던 터라 첫 앨범으로 모차르트는 쉽게 연결이 되지 않았는데, 선우예권은 ‘처음’을 떠올렸다고 했다. 15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커티스음악원 동료들에게 처음 인정받게 해 준 소나타, 첫 스승(시모어 립킨)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당시 가장 특별하다는 호응을 얻은 피아노 협주곡. 그가 한 발자국씩 오를 때마다 계단이 돼 준 건 모차르트였다.
“항상 사랑하는 작곡가이지만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앨범을 준비하려고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갑자기 가까운 사이가 된 느낌도 들고요.”
그는 때론 발랄하고 경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모차르트 음악을 두고 오페라 같다고 표현하며 “인생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어 지금 시기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앨범에는 선우예권이 직접 연필로 메모한 론도 악보도 있다. “음악가들이 처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선율을 바라보는지 보여 드리고 싶었다”며 후배 연주자들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청중에겐 음악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넣었다고 설명했다.
8월 국내 소속사를 옮긴 선우예권은 내년 1월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갖고 또 한 번 발을 넓히지만 다른 의미로도 모차르트가 도약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몰아친 불확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비라도 된 듯 피아노마저 멀리했던 시간들을 언급하며 “죽어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순간 살아난 것 같았고 그래서 제가 음악을 멈출 수 없다는 것과 왜 음악을 하는지가 분명해졌다”고 했다. 숨을 쉬듯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음악 속 다양한 감정을 자신의 모차르트와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선우예권은 다시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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