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22일 개막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제작한 정영주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년 이상 배우로 무대를 누비던 정영주가 여배우들이 마음껏 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연 제작자로 변신했다. 그는 “첫술에 배부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쉽다”며 앞으로도 여배우들의 무대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정영주는 2018년 국내 초연 무대에 선 첫날 곧바로 “이 작품, 꼭 앙코르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는데 재연을 맡을 제작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직접 라이선스를 가져온 것이다. 밤낮을 바꿔 미국 제작사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라이선스를 얻는 데만 8개월을 쏟았다. 직접 작품 설명을 들고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를 찾아 무대를 확정 지었다.
최근 정동극장에서 만난 정영주는 이토록 이 작품에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 그동안 쌓인 갈증을 풀 듯 터뜨렸다. “작품 자체에도 힘이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이 주는 힘이 정말 커요. 내로라하는 톱 남자배우들이 받는 개런티의 1만분의1도 못 받으면서 내는 에너지의 거룩함이랄까요. 간절함과 사명감으로 뭉친 에너지가 엄청나요.”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농가를 배경으로 베르나르다 알바가 갑작스럽게 잃은 남편의 8년상을 치르며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배우 10명이 무대를 채워 초연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다. “여배우 10명이 나오는 걸 이례적이라고 말하는 거, 촌스러운 현실이죠.” 여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뮤지컬 시장에선 오래도록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베르나르다 알바’를 비롯해 이른바 여성 서사 작품들이 대극장 무대를 채우는 것은 불과 2년 남짓만의 변화다.
“여배우 10명이 신기해? 그럼 다음엔 11명, 12명으로 무대를 꾸며 줄게!” 이런 ‘승부욕’마저 들게 한 초연 멤버 8명에 이어 이번에 새로 10명의 배우를 더 모았다. 베르나르다 알바로 더블 캐스팅된 이소정부터 황석정, 강애심, 오소연, 김국희, 김히어라 등 그야말로 쟁쟁한 여배우들이 함께한다. 5명을 오디션으로 뽑는 데 500여명이 몰렸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도 남성 창작진의 편견이 아닌 배우들이 스스로 그들의 것으로 다져 갔다. 그는 이 작품을 “여자들만이 아닌,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라고 했다.
“여성들 이야기로 장수했던 작품은 ‘넌센스’뿐이었던 무대에서 온전히 두 발을 딱 버티고 이야기할 거예요. 첫 술에 배부르지 않고 다음에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나누고 있는 시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할 채비를 마친 정영주는, 이제는 그저 무사히 막이 오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2-28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