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일 국립극장 ‘여우락’ 예술감독 이희문 “시대·장르 넘어 ‘민요의 재발견’ 보여주고파” 최백호·인순이·웅산, 민요 접목한 새로운 시도 스승 이춘희·국악인 박애리 등 200여명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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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파격과 혁신의 소리꾼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공연 프로필 사진에서도 유쾌함이 묻어난다.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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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파격과 혁신의 소리꾼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공연 프로필 사진에서도 유쾌함이 묻어난다. 국립극장 제공
“민요라는 게 민중이 부르는 노래였잖아요. 어느 시대나 있었던 그 민중의 노래가 다시금 살아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관객들이 공연장을 떠나면서 흥얼거리고,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성공한 거라고 봐요.”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49)이 ‘2025 여우락 페스티벌’(여우락) 예술감독으로서 내비친 바람이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인 ‘여우락’은 국립극장의 대표적인 여름 음악 축제로, 2010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 8만 2000여명을 불러 모았다. 올해는 4~26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여우락’은 16회 공연에 출연진이 200여명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경기민요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복합장르 공연을 선보여 온 이 감독은 “10년 넘게 이것저것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티스트와 매칭하면 어떤 바이브(분위기)가 나올까”하는 구상으로 축제를 꾸몄다. 이런 구상과 “민요든 가요든 우리 소리를 하는 분들이 시대와 장르를 넘어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이 만나 축제 구성이 꽤나 알차다.
이 감독은 4~5일 ‘요상한 민요 나라 히무니’로 축제의 문을 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하면서 제목을 붙여 봤다. 스승인 이춘희 명창이 공연을 보러 올 때마다 “이번에는 무슨 요사를 떠나 보러 간다”고 한 데서 ‘요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공연에선 가수 민해경, 힙합듀오 마이티 마우스와 함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민요를 펼쳐놓는다.
이 감독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라면서도 이렇게 일을 벌리는 건 일 하는 게 재미있어서다. 그리고 “공연이 재미있어야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그에게 ‘재미’라는 건 이렇게 중의적인 의미다.
재미를 느끼거나 전달하는 방식이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도 안다. ‘민요의 재발견’을 주제로 한 이번 ‘여우락’에 가수 최백호(75)를 떠올린 건 “잔잔한 가운데 한마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툭 던지는 데 그게 공감을 부르는 게 재미있다”면서 “선생님의 목소리로 민요가 들려온다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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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우락 페스티벌’은 최백호와 공명 리더 박승원의 ‘청춘가’(왼쪽), 인순이와 소리꾼 이지숙의 ‘두 사랑 이야기’(오른쪽) 등 대중가요와 국악을 접목하고 재즈, 인디밴드, 현대무용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민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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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우락 페스티벌’은 최백호와 공명 리더 박승원의 ‘청춘가’(왼쪽), 인순이와 소리꾼 이지숙의 ‘두 사랑 이야기’(오른쪽) 등 대중가요와 국악을 접목하고 재즈, 인디밴드, 현대무용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민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국립극장 제공
최백호가 이희문의 ‘청춘가’를 불렀던 장면을 회상하면서 “그 목소리로 ‘청춘가를 노래하듯 부르는데 너무나 좋았다”는 그는 조용필의 ‘한오백년’과 ‘강원도 아리랑’을 예로 들며 “민요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선생님이 ‘나이도 많고 새로운 노래에 대한 암기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하신다”는 이 감독은 “(박)승원 형과 젠틀하고 배려하는 매력을 교류하면서 좋은 공연을 만들 거라 확신한다”고 웃었다. 최백호와 퓨전국악그룹 공명의 리더 박승원이 만드는 ‘청춘가’는 6일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9~10일에는 가수 인순이가 서도민요 소리꾼 유지숙과 ‘두 사랑 이야기’를 연다. 인순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서도소리는 템포가 빠른데 바이브레이션이 깊어서 경험하지 못한 소리를 낸다. 첫 곡이 ‘수심가’라 정말 수심이 깊다”면서도 “서도민요의 매력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고민하는 인순이에게 한 주문은 “명창과 똑같이 하지 말아달라”였다. 민요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공연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지 않고 살짝 걸쳤다가 벗는 연출도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이 감독은 “굉장히 노력하시는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했다.
국악인 최수정·박애리·박준길은 제자 30인과 33인조 민요단을 구성해 ‘떼창 삼삼’을 올린다. 1970~1980년대 큰 인기를 끌던 민요단 무대를 재현하는 자리다. 재즈보컬리트스 웅산은 17~18일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와 ‘모드’(MODES)를 공연한다.
20일 예정된 ‘남자라는 이유로’는 이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구이기도 한 소리꾼 고금성과 경기 민요그룹 고만고만이 남성 소리꾼으로서 걸어온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리다. “경기민요는 여러 시스템이 여성에게 맞춰져 남성이 이어가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돌아본 이 감독은 “이 공연은 남성 민요가 지닌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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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우리 소리를 전수해온 이춘희(가운데)·김수연(왼쪽)·김광숙(오른쪽) ‘명창 선생님’들도 이희문 예술감독의 ‘요상한 기획’에 맞춰 소리를 전수받은 삶과 감정을 이어온 민요를 보여준다.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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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우리 소리를 전수해온 이춘희(가운데)·김수연(왼쪽)·김광숙(오른쪽) ‘명창 선생님’들도 이희문 예술감독의 ‘요상한 기획’에 맞춰 소리를 전수받은 삶과 감정을 이어온 민요를 보여준다. 국립극장 제공
이 감독은 이들 출연진을 전통을 지키는 수호자, 민요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금술사, 소리와 감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마법사로 구분했다. 수호자는 이춘희·김수연·김광숙 명창(18일 ‘구전심수’), 최수정·박애리·박준길 등이 등장하고, 연금술사에는 인디밴드 까데호(13일 ‘사우스바운드’),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24~25일 ‘접점’) 등이 눈에 띈다. 가수 최백호와 인순이, 웅산은 수호자다.
26일 마지막 공연은 ‘팔도민요대전’으로 꾸린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파라솔웨이브를 비롯해 다올소리,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맥거핀, 오디오바나나 등 9개 인디밴드가 각자의 스타일로 민요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 감독은 이 공연을 두고 “민요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전통이라는 게 너무 어려워져서 다가가기가 힘드니까 편하게 판을 깔아 봤습니다. A급을 지향하는 국악인들이 있으면 B급으로 끌어내려서 친숙하게 만드는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죠. 수준의 등급이 아니라 친해지기 쉽다는 의미로 ‘B급 소리꾼’이라도 좋습니다.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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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