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사진가’가 펴낸 포토 에세이다. 무대는 저 유명한 스페인의 순례자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다. 제주 올레 등 다른 걷기 명소들도 등장하지만 무게 중심은 현저히 순례자의 길로 기울어져 있다. 저자는 전직 사진기자다. 10년 남짓, 난마처럼 얽힌 사회로 향했던 그의 렌즈들은 이제 치유의 공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책의 사진들에선 분위기가 느껴진다. 저자가 걷던 길의 날씨는 아마 우리의 어느 가을날 오후와 비슷했을 거다. 긴팔은 다소 덥고 짧은팔은 서늘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씨 말이다. 풀들은 바람에 사르락대고, 그 사이를 풀벌레들이 딱딱 소리 내며 날아다니는 듯하다. 사진은 이처럼 서정적이면서도 다분히 사실적이다. 도보 여행자의 어깨를 감싼 기온은 몇 도나 될지,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등의 정보를 은연중 알게 된다. 이는 ‘순간의 정확한 기록’에 목을 맸던 보도사진가의 이력에서 체득된 영향이라고 여겨진다.
사진 못지않게 글도 곱다. 책은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길 위의 사진가’는 카메라를 들고 길로 나서는 이들에게 주는 저자의 조언을 담았다. 어쭙잖은 ‘풍경 사냥꾼’의 굴레를 벗고 관조와 성찰의 자세로 길을 걸으란 충고다. 책의 핵심은 2장 ‘카미노에서 배우다’이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보낸 40일을 담았다. 저자의 삶에서 큰 변곡점을 이룬 지역인 만큼 많은 지면을 할애해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3장 ‘길과 살아가다’에선 제주 올레길과 히말라야, 투르 드 몽블랑, 일본 규슈올레 등 그간 저자가 걸어왔던 길을 되짚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08-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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