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등단 30년 시선집 ‘밀물의 시간’
“지난 30년은 밀물처럼 밀려오는 시련과 어려움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내 문학도 시도 없었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시간이다.”도종환 시인
도종환(60) 시인의 등단 30년 기념 시선집 ‘밀물의 시간’(실천문학사)이 나왔다. 후배 문인인 시인 공광규·김근·김성규, 문학평론가 유성호가 시인이 지난 30년간 펴낸 10권의 시집에서 99편의 시를 뽑아 엮었다.
시인은 지난 30년간 불가능한 꿈을 꿨다고 회고했다. “지난 세월 평화로운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꿈이다. 정치권 투신 이후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으로 책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면서 얼마나 불가능한 꿈을 꿔왔던가를 뼈저리게 겪고 있다. 하지만 포기해선 안 되는 꿈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졌던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1980년대 대표 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 학교 현장의 여러 모순과의 투쟁을 담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휘어지지 않는 정신을 내포한 ‘부드러운 직선’…. 10편의 시집에서 가려 뽑은 시들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온 시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후배들은 “굳이 100편을 채우지 않은 것은 시인이 마지막 한 편을 더해 자신의 시적 생애를 채워줄 것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을 지금껏 지탱해 왔고 앞으로도 버티게 해주는 힘은 ‘니체’의 운명론이다. “그간 개인적으로 행복한 길을 걸어온 건 아니었다. 예상치 않았던 운명을 살고 있는 지금도 힘들고 어렵다. 니체는 ‘오라 운명이여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니체의 그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시의 내용도 바뀌게 했다. “오랫동안 가져왔던 생각이나 어조, 정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담으려 한다. 정치적인 경험이 소재의 폭을 더 넓어지게 했다.” 시인은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초에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녹아 있는 시집을 낼 계획이다.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혹독한 가난, 너무도 이른 아내의 죽음, 험난했던 참교육 투쟁과 구속, 복직과 지역운동, 시민운동 등 고난의 나날을 이어왔다.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평론가 유성호는 “그의 시와 정치가 한 몸으로 결속할 것을 믿는다”며 “시의 마음으로 현실 정치의 질곡을 하나하나 헤쳐가길 마음 모아 소망해 본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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