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극장/김은산·이갑철 지음/아트북스/216쪽/1만 5000원
마시멜로처럼 부푼 기쁨과 환희의 표정이 어려야 할 결혼식이다. 하지만 식을 치르고 한강 유람선에 단체로 오른 신랑, 신부의 얼굴은 영 딴판이다.
마치 십수년 고단하고 신산한 삶을 통과한 이들처럼 텅 빈 얼굴로 서로가 아닌 저 멀리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사진가 이갑철이 포착한 1987년 서울의 한 풍경이다. 저자는 이런 한국식 결혼에서 “남들도 가니 나도 가고, 중간에 내키지 않더라도 무를 수 없는” 패키지 여행을 떠올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남들이 간 길을 뒤따르는 사람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현실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이갑철이 1980년대 찍은 흑백 사진이 현재의 우리와 기묘하면서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짚어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마치 십수년 고단하고 신산한 삶을 통과한 이들처럼 텅 빈 얼굴로 서로가 아닌 저 멀리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사진가 이갑철이 포착한 1987년 서울의 한 풍경이다. 저자는 이런 한국식 결혼에서 “남들도 가니 나도 가고, 중간에 내키지 않더라도 무를 수 없는” 패키지 여행을 떠올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남들이 간 길을 뒤따르는 사람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현실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이갑철이 1980년대 찍은 흑백 사진이 현재의 우리와 기묘하면서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짚어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6-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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