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강(가운데) 작가가 자신의 소설 ‘흰’의 한 구절을 낭독하고 있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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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올해 번역된 ‘흰’을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한 이 세미나를 보기 위해 스웨덴 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도서전 측이 준비한 375석이 꽉 찼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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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서는 스웨덴에 가장 최근 나온 ‘흰’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됐던 ‘흰’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의 사연을 다뤘다.
전날 한 작가와 진은영(왼쪽) 시인이 진행한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세미나도 현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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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을 쓰는 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의 체류 경험도 한몫했다. 그는 “20세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다”며 “한국에서는 전쟁부터 1980년 광주 5월과 2014년 봄에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여러 의미를 담아 소설을 썼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 그는 “‘소년이 온다’가 역사적인 사건을 담고 있지만 굉장히 개인적인 책이고 ‘채식주의자’는 정확히 꿰뚫을 수 없는 한 여자의 내면을 따라가는 작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작가가 참석한 세미나는 첫날 120석, 둘째날 375석이 모두 꽉 찼다. 한 작가의 번역본을 모두 읽었다는 문학교사 프리다 퍼네스텐(42)은 “특히 ‘흰’이 가진 시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돼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추천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 한 작가의 사인을 받아 간 중학교 역사교사 세실리아 거트(45)는 “‘흰’과 ‘하얀’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학생들에게 서양의 역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역사를 전하기 위해서도 한강의 책을 읽겠다”고 말했다.
예테보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9-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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