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계 식물권 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09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세계 최초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 달성. 요즘 제주를 소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문구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으로 대표되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은 국내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더 많은 사진인들을 흡수해 내는 매력을 발산해 왔다. 그래서인지 제주에는 사진인구가 많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추진 중인 제주 해녀를 비롯한 당굿, 돌문화 등은 지역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비교적 원형 그대로 전승되어 오고 있어 최근 대외적으로 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필자는 후자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제주도 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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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 휙” 제주, 그것도 바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끄집어 낸 질기디 길긴 생명의 소리. 온전히 자신을 버리고 가족을 위해 거친 바다에 몸을 던지고 난 뒤 물 위로 올라와 토해내는 그 소리. 바로 ‘숨비소리’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일본에만 존재한다는 해녀들은 수, 녀, 해녀 등으로 불렸으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나잠업(물질)의 특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제주의 해녀들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등을 떠밀지도 않았건만 척박한 섬에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바다에 목숨줄을 맡기는 일을 필수라 여기며 강인하고 또 억세졌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잠수어업인(해녀)은 모두 4,995명으로 그중 60세 이상이 78.4%(3,916명)를 차지하고 있으며, 50세 이상이 97.5%를 차지해 고령화가 매우 심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과 함께 해녀 조례 제정 등 도정의 적극적인 보존, 전승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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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인들에게 돌은 생활 속의 일부처럼 다가온다. 무심코 섬에서 작은 돌을 주워 나오다가는 그 마을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할 정도로 삶의 동반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제주의 돌이다.
금방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오랜 돌담 위의 작은 돌 하나, 올래 어귀에 길 따라 깔려 있는 평평한 잇돌(낙수로 인해 땅이 패지 않도록 처마 밑에 놓는 돌, 또는 디딤돌), 밭 가운데 쌓여 있는 돌무더기도 제주에서는 귀중한 자산인 것이다. 하물며 사람의 손길들이 닿아 있는 동자석, 돌하루방, 당신상 같은 석물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제주의 돌문화는 제주인들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신앙의 대상으로, 수호신으로, 생활의 도구로서, 그리고 안식의 용도로서 제주인들을 지켜온 고마운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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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주에는 1만 8천의 신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신들의 이야기, 신화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에는 절오백 당오백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신을 모시는 당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제주도 내 각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대보름을 전후로 전통적인 마을제(당굿)를 봉행하여 주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이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례로, 자연과의 친화와 이웃 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으나 한때는 미신으로 여겨 일부 사라져 간 곳도 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는 일부 마을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보존, 전승해야 할 제주의 민간신앙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특히 와흘본향당 마을제와 같은 큰 당굿을 보다보면 새벽부터 모술(제에 쓰일 음식을 바치는 일)을 하며 본향당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온종일 정성으로 신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에서 예부터 전승되어 온 간절한 믿음이 그대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느껴지게 한다.
강호칠·제주민속사진연구회 및 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2009년도에 《제주올레 사진집》, 2010년도에 《제주물통 사진집》을 발간하는 등 잊혀져 가는 제주인의 생활상과 전통문화를 기록 보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www.mymemorys.net)
글·사진_ 강호칠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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