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스케치] 제주도를 날고 있을 엄마에게

[청춘 스케치] 제주도를 날고 있을 엄마에게

입력 2010-01-03 00:00
수정 2010-01-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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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후 첫 휴가를 받자마자 엄마가 계신 이모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는 류머티즘을 오래 앓으면서 온몸이 굳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간신히 고개만 제 쪽으로 돌리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나를 쳐다보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이런 엄마를 뒤로 하고 복귀하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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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1일 새해 인사를 하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는 통화하는 동안 계속 “늦어서 못 봐. 너무 늦었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나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럴 리 없다고 애써 고개를 저으며 엄마에게 알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혼자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그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새해 첫날 새벽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급하게 휴가를 받고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장남은 강해보여야 한다며 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에 들어가는 작고 여린 엄마의 모습에 그때까지 잘 참고 있던 눈물을 그만 쏟고야 말았습니다. 엄마가 한 줌의 재가 되고 가족공원에 안치될 때까지 왜 잘한 일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못한 일만 떠올랐던 걸까요. 제주도에 데려가 준다는 아빠의 말을 25년이나 믿고 살아온 우리 엄마. 아픈 다리를 끌고서 절뚝이며 일을 나가던 우리 엄마. 지금쯤 제주도 어딘가를 날고 있겠지요?

이젠 나이 예순에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힘든 막노동을 하시는 아빠와 형의 말을 잘 들어주어 고맙지만 아직은 어린 동생이 걱정입니다. 그래도 엄마가 하늘에서 우리를 응원해주겠죠? 엄마는 살아생전 아파서 미안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는데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편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일_ 강원 화천군 상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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