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영화 ‘국가대표’ 하정우 “9살 때부터 스키 탔는데…점프대에선 덜덜 떨었죠”

[INTERVIEW] 영화 ‘국가대표’ 하정우 “9살 때부터 스키 탔는데…점프대에선 덜덜 떨었죠”

입력 2009-07-31 00:00
수정 2014-01-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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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하다.’ 배우 하정우(31·본명 김성훈)를 떠올리면 드는 생각이다. 그의 이미지가 그렇고, 그의 연기가 그렇고, 필모그래피가 그렇다. 이 단어만큼 하정우를 잘 표현하는 말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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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하정우


●영화 위해 입양인 다룬 다큐 많이 봐

영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에서도 하정우는 특유의 듬직함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맡은 역할은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친엄마를 찾기 위해 국적까지 바꾸며 한국의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 밥(한국명 ‘차헌태’). 기구한 사연을 지닌 만큼, 캐릭터 역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다.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 조국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품고 있으며 사회에 쉽게 편입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까지 겪는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까다로운 배역을 이렇게 소화했노라 술회했다. “입양인을 이해하기 위해 입양인을 다룬 다큐를 많이 챙겨봤어요. 밥의 인물 모티브는 네덜란드로 입양돼 카레이서가 된 분에게서 따왔고요. 연기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밥의 심경 변화 포인트를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마음의 상처와 적개심이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치유되고, 나중엔 자신을 인정하고 통찰하게 되죠. 전체 흐름 속에 나타나는 이런 맥들을 잘 짚으려고 했어요.”

영화는 스키점프 경기 장면을 그야말로 실감나게 펼쳐보인다. 눈을 떼기 어려운 장면들에 관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배우들은 스키점프대 위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는 하정우도 마찬가지. “실제 점프대에 서보면 아파트 12~15층 난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화면상으로는 심심해 보일지 모르지만 38도라는 경사가 정말 만만치 않아요.” 물론 점프대에서 비행하는 장면은 대역으로 투입된 현역 선수들의 모습이다.

사실 그는 수준급의 스키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9살 때부터 스키를 시작해 스키장을 자주 다닌 까닭이다. 하지만 스키와 스키점프는 완전히 다른 운동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점프대에서 스키점프를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7년은 훈련을 받아야 한단다.

촬영 전 합숙훈련 3개월, 촬영기간 7개월이란 시간은 흡사 군대생활과도 같았다. 배우나 스태프들도 거의 남자였던 데다, 전북 무주와 강원도 평창의 촬영지는 외부와의 접촉이 쉽지 않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김동욱, 김지석, 최재환, 이재응 등과의 팀워크가 돈독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다가 많이 늘었어요. 같은 작품을 하면 친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영화는 특별히 더 친해진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도 계속 만나죠. 마치 같은 학교를 나온 듯한 끈끈한 소속감이 느껴져요.”

●“아버지 김용건과의 동반출연 좋은 추억 될 것”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자 그의 눈빛이 자못 진지해졌다. 스키점프의 현재 전체 등록선수는 7명이며 그 중 국가대표는 4명에 불과하다. “현실은 영화에 그려진 것보다도 열악해요. 실업팀에 소속된 선수도 2명밖에 안 되죠. 세계적으로 16강 안에 드는 친구들인데, 우리나라에선 별로 관심이 없잖아요. 오히려 유럽에서 더 인기가 많대요.” 함께 합숙하며 오래 지켜봐서인지 그의 목소리에선 안타까움이 뚝뚝 묻어났다.

‘국가대표’는 부친과의 첫 동반출연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아버지인 탤런트 김용건은 영화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역으로 출연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마치 사진첩을 넘겨보듯, 훗날 손자들이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가 함께 등장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무척 재미있어하지 않을까요?”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2009-07-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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