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실태] “성폭력 피해아동 조사할 땐 추궁하듯 묻지말고 위로를”

[아동 성폭력 실태] “성폭력 피해아동 조사할 땐 추궁하듯 묻지말고 위로를”

입력 2013-02-23 00:00
수정 2013-02-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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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근절 유공자 문정현씨

“아이에게 피해 사실을 꼬치꼬치 캐물으면 절대 안 돼요. 잘 달랜 뒤 전문 상담센터를 찾아야 합니다.”

문정현씨
문정현씨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상담을 15년 넘게 해 온 베테랑 상담원 문정현(46·여)씨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은 사후 진술을 받거나 심리 치료를 할 때 다른 피해자보다 더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광주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문씨는 22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제7회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기념 행사에서 아동 피해자 지원에 앞장선 공로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문씨는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난 성폭력 피해 아동을 자식처럼 살피고 있다.

문씨는 아동 등 매일 20여명의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며 상담한다. 특히 아동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마음이 더 쓰인다. 문씨는 “아이들은 어른이 추궁하듯 유도신문하면 사실이 아닌데도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예컨대 어린 딸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안 부모가 “옆집 아저씨가 그런 것 아니냐”고 물으면 사실이 아닌데도 “맞다”고 대답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는 “아이에게 ‘엄마한테 아픈 얘기를 털어놓아 줘서 고마워’라고 위로한 뒤 피해자를 돕는 지역 해바라기 아동센터나 원스톱지원센터로 신속히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씨는 피해 이후 적절히 치료하는 것만큼 애초에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방을 위해 광주의 조선대 상담심리학부 학생과 함께 지난달부터 지역 내 아동센터 20곳을 매주 순회하며 성폭력 예방 교육을 벌이고 있다. 문씨는 “성폭력 가해자의 70%는 지인인 만큼 아는 사람이 신체접촉을 시도할 경우 대응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곧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서는 문씨 외에 장애인 피해자 보호시설 ‘모퉁잇돌’ 송은주 원장 등 개인 27명과 경기 여성·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와 경북 문덕초등학교 등 단체 7곳이 표창을 받았다. 또 그룹 유리상자와 연기자 정수영씨가 아동 성폭력 추방 홍보대사로 위촉됐으며 서울 명동 근처에서 거리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14개 지역센터별로 성폭력 피해 극복사례 공모전, 성폭력 예방 인형극 등을 열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2-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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