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 멈춘 지 13년… 매향리의 작은 기적

매향리역사관 앞에 폭격장에서 수거한 포탄들과 이를 소재로 한 임옥상 작가의 폭탄 날개 연작이 전시돼 있다.

54년간 미공군의 해상사격 표적으로 수많은 포탄을 받아 낸 농섬(오른쪽)과 웃섬.
54년간의 폭격이 멈추고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상처는 온전하게 치유되지 못하고 마을 곳곳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매화향기 가득했던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梅香里)에 미 공군 폭격 연습이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이다. 이후 1955년 매향리의 옛 지명인 고온리의 미국식 발음 ‘쿠니사격장’(Koo-ni Range)으로 공식 명명되었다. 사격장은 1968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2277만㎡의 해상사격장과 125만㎡의 육상사격장으로 확장됐다. 2005년 8월 폐쇄될 때까지 미군은 연간 250일 하루 12시간씩 15~30분 간격으로 포탄을 퍼부었다. 해안에서 750m 떨어져 있던 해상사격 표적물로 사용된 구비섬은 이미 형체가 사라지고 이후 표적물이 된 해안 1500m 지점에 위치한 농섬도 일부만 남아 당시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결혼 후 서울에서 매향리로 이주한 지 28년째라는 김미경(55)씨는 “매일 폭격기가 낮게 날아 폭격하는 모습과 그때 들리던 소음을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며 몸서리쳤다.

매향리역사관에 있는 포탄 사이에서 피어난 꽃에 소녀가 물을 주고 있다.

포탄에 꽃이 피어 있다.

포탄을 소재로 한 작품 ‘매향리의 시간’ 일부분.

경기도 제1호 현대건축물 우수문화재로 등재된 쿠니사격장 관제탑.

매향리 스튜디오로 탈바꿈한 매향교회.

매향리 갯벌에서 주민들이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글 사진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2018-08-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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