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코로나에 투잡 내몰리는 자영업자
밤엔 마이크 든 사장님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던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번화가에 위치한 한 코인노래방에서 사장인 차모씨가 영업 재개를 기다리며 마이크를 소독하고 있다.
한가득 실린 배송물품. 물량은 많지만 코인노래방 영업정지 땐 힘들어도 해야 한다.
지난 8일 아침 일찍 차씨는 자가 차량을 이용해 경기 부천시의 쿠팡 물류센터로 향했다. 원래는 밤새 코인노래방을 운영한 뒤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코인노래방이 영업정지된 상황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 2주간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을 때는 쌓였던 피로도 풀 겸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영업 재개 한 달 뒤 다시 2차 영업정지에 들어갔고 세 번째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언론에선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밀폐된 공간인 코인노래방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차씨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사비를 들여 방역까지 하는데, 왜 언론은 코인노래방을 코로나19 주범으로 낙인찍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운영하는 코인노래방 영업정지가 계속 연장되자 차씨가 종료일을 지워 버렸다.
홍대 번화가에 위치해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던 코인노래방이 영업정지로 인해 모두 비어 있다.
낮엔 땀 흘리는 기사님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배송일. 이날 배송물품 중 제일 무거웠던 책상을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차씨에게 전달되는 배송 금액은 600원에서 800원. 이 금액이라도 영업정지 기간엔 쉴 수 없다.
쿠팡 배송 중 스마트폰을 편하게 누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손가락의 앞 마디를 자른 차씨의 장갑.
이날 할당받은 배송물품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도. 이 지도에 표시된 게 없어져야 이날 일은 끝이 난다.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됐다. 영업 재개에도 그는 마음이 무겁다. 대출금을 메울 일이 막막한 데다 언제 또 일방적으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는 차씨의 표정에는 결연함마저 깃들었다. “10여년간 해 왔던 일을 하루아침에 중단하고 새로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입니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려고요. 나 하나만 바라보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겠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코로나19에게 내 자신이 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직접 피부에 닿는 노래방 리모컨은 철저히 소독한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2020-10-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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