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만드는 인공조명, 동물에게는 ‘독’ [달콤한 사이언스]

불야성 만드는 인공조명, 동물에게는 ‘독’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7-08 14:00
수정 2024-07-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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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인공조명은 어린 물고기의 생존 가능성을 낮춰 어족 자원 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CRIOEB 제공
야간 인공조명은 어린 물고기의 생존 가능성을 낮춰 어족 자원 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CRIOEB 제공
맑은 날 남산같이 높은 곳에 올라 서울 시내 밤 풍경을 보노라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어둠을 뚫고 밝게 빛나는 건물들과 길게 이어진 자동차의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의 밤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광경이다. 19세기 말 토머스 에디슨이 미국 뉴저지 멘로파크 연구소에서 백열전구를 처음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인공조명이 밤을 낮처럼, 특히 도시 전체를 불야성으로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공조명은 인간의 활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야간 인공조명은 빛 공해 수준에 이르러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섬연구센터 및 환경관측소(CRIOBE) 연구진은 야간 인공조명(ALAN)은 어린 물고기의 생존 가능성을 낮춰 어류 보존과 어족 자원 관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 연례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해안선의 4분의1이 야간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산호 48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집단은 자연광에만 노출하고, 다른 그룹은 해변 리조트나 가로등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광도의 야간 빛 공해를 노출한 뒤 산호를 서식지로 하는 물고기들의 반응을 비교했다. 특히 야간 인공조명이 어린 열대어 포획(유생 포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중 관찰했다. 유생 포획은 어류의 주요 생활사 특성으로 해양 자원 보충과 어족 증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 많은 어린 물고기들이 인공조명이 있는 환경을 선호해 자연광이 있는 환경보다 2~3배 더 많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야간 인공조명은 어류의 성장, 신진대사 속도, 전반적인 생존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연구팀은 야간 인공조명이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유인하는 일종의 ‘생물학적 덫’으로 작용하고,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쥴스 슐라이글러 CRIOBE 연구원은 “빛 공해가 생물과 환경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 중인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는 어족 자원의 증식과 보존을 위해 빛 공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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