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37] 해자(垓子)로 기능한 중학천과 백운동천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37] 해자(垓子)로 기능한 중학천과 백운동천

서동철 기자
입력 2015-11-06 09:44
수정 2015-11-06 09:4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조선은 왕조를 열면서 지금의 충남 계룡시 3군사령부 터를 도읍으로 점찍고 궁궐공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곧 한양의 북악산 아래로 수도의 위치를 바꾸게 된다. 풍수지리를 공부했다는 사람 가운데 몇몇은 이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계룡산을 버리고 한양을 택한 것이 잘못이고, 인왕산을 버리고 북악산을 택한 것도 잘못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선의 서울이 계룡산 어귀였다면 지금쯤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경선은 임진강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수도의 위치 문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양을 설계한 사람들이 궁궐 자리를 북악산 아래로 점찍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미지 확대
1920년대 중학천의 모습. 해자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상당한 폭과 깊이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제는 한국 강제병탄 이후 광화문을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 정문 자리에 옮겨 세웠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1920년대 중학천의 모습. 해자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상당한 폭과 깊이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제는 한국 강제병탄 이후 광화문을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 정문 자리에 옮겨 세웠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흔히 경복궁은 해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자란 외적의 방어를 위해 성의 둘레를 파놓은 시설이다. 중국 베이징의 쯔진청(紫禁城)과 일본 도쿄의 왕궁에는 모두 해자가 있다. 반면 경복궁 주변은 아무리 둘러봐도 해자는 찾을 수 없다. 경복궁 금천을 일종의 해자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담장 안에 있는 것을 해자라고 할 수는 없겠다.

이미지 확대
1910~1920년대의 백운동천 신교. 백동수도원 수도사들의 사진으로 ‘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장 서울사진’에 담겨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10~1920년대의 백운동천 신교. 백동수도원 수도사들의 사진으로 ‘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장 서울사진’에 담겨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하지만 경복궁에는 자연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고 실용성이 뛰어난 자연 해자가 있었다. 궁궐 동쪽의 중학천과 서쪽의 백운동천이 그것이다. 중학천은 삼청동에서 발원해 경복궁 담장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뒷길을 따라 흐르다 청계천과 합류한다. 백운동천은 자하문터널 쪽에서 시작해 자하문로와 세종문화회관 뒷길을 지나 역시 청계천과 합쳐진다. 이것을 20세기 후반 우리 손으로 복개했다. 삼청동길과 자하문로 아래로는 지금도 중학천과 백운동천이 흐른다.

이미지 확대
시청앞 쪽에서 광화문을 바라본 모습. 맨 왼쪽에 보이는 포시즌스호텔 오른쪽의 좁은 골목의 지하로 백운동천이 흘러들어와 청계천에 합류한다.
시청앞 쪽에서 광화문을 바라본 모습. 맨 왼쪽에 보이는 포시즌스호텔 오른쪽의 좁은 골목의 지하로 백운동천이 흘러들어와 청계천에 합류한다.
이미지 확대
복원한 중학천 유구의 일부. 교보문고 뒷골목이다.
복원한 중학천 유구의 일부. 교보문고 뒷골목이다.
 도성을 설계한 사람들은 궁궐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그 결과 북쪽은 북악산이 가로막고, 동쪽과 서쪽의 하천은 남쪽에서 합류하며 세 방향에서 자연 해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경복궁을 앉힌 것이다. 궁궐 아래로는 정부기관을 한데 모은 육조 거리도 조성했다. 자연 해자의 보호를 받는 곳에 국가의 중추기관을 집중시킨 것이다. 복개가 이루어지기 전 중학천 사진을 보면 바닥은 깊고, 호안은 적이 오르기 어렵도록 돌로 쌓은 수직 벽이다. 궁궐을 감싸는 해자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분명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 확대
서울시는 복개천 위로 중학천을 상징하는 인공 시냇물을 만들어 놓았다.
서울시는 복개천 위로 중학천을 상징하는 인공 시냇물을 만들어 놓았다.
 중학천과 백운동천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의 연장선 상에서 두 하천을 되살리고자 했지만, 길이 사라진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쳐 광화문 교보문고 뒤편의 중학천 일부만 상징적으로 복원했다. 물론 앞으로도 복원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복궁 복원 작업은 해자까지 살아나야 완성일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김경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주민소환제도, 시민 직접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시급”

김경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 강서1)은 4일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후 주민소환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시민의 직접 민주주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도는 선출직 공무원의 책임성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8년간 전국적으로 투표까지 진행된 사례가 11건에 불과하며, 해임이 확정된 경우는 단 1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는 2019년 은평구의회 의원 소환 청구 외에는 소환 투표로 이어진 사례가 전무하여 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주민소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복잡한 절차, 과도한 서명 요건, 부족한 정보 접근성, 그리고 불투명한 행정 처리가 꼽힌다. 청구서 제출부터 서명부 발급, 현장 서명 과정의 번거로움은 시민 참여를 저해하며,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명부 지참이나 서식 작성 오류 시 서명 무효 처리 등은 불필요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유권자의 10%인 약 82만 5000명의 서명과 더불어 서울시 25개 구 중 9개 구 이상에서 각 구의 10% 이상을 확보해
thumbnail - 김경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주민소환제도, 시민 직접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시급”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