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ㆍ한미FTA 美내 법적지위 등 쟁점 놓고 설전 野이견..송민순 ‘조건부찬성’ vs 정동영 ‘강력반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20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2차 끝장토론에서는 찬반 양 진영의 첨예한 논리대결이 펼쳐졌다.토론회에는 찬성 측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FTA 교섭대표,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 등이, 반대측에서 송기호 변호사와 이해영 한신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 양측 전문가가 3명씩 참석해 찬반 입장을 개진했다.
양측은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와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 한미FTA의 법적지위, 세수감소 여부,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등 쟁점현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서로 견해차만 확인, 비준안 국회 처리 과정의 험로를 예고했다.
찬성측은 개방으로 가야 한다며 신속한 비준을, 반대측은 협정 보류 내지 재검토를 각각 주장했고, 여야 의원들도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강력반대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과 달리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의원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혀 내부 이견을 노출했다.
특히 정 의원이 “한ㆍ미 FTA는 2007년 4월에 타결됐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잘몰랐다”고 말해 여당 의원들의 간접 공격을 받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문가 상대 질의과정에서 “잘 몰랐다고 할 게 아니라...”며 정 의원을 우회 비판했다.
◇경제적 효과 “있다” vs “없다” = 정 원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미무역수지가 적자가 될 수 있다”면서 “무역흑자 증가를 한미FTA 추진의 이유로 얘기하는데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만큼 변화된 상황에서 충분히 검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무역의 상호교역 확대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있고 이는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됐다”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기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선 세계가 힘을 합쳐 보완해 가는 것이지 이를 부정하는 이념적 스펙트럼 하에서는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효과 추계시 CGE(연산가능 일반균형모델) 방식을 써서 약 6~5.7% 정도의 경제성장 효과를 추정하는데 국제 표준모형에 근거해 추계하면 0.08~0.13%에 불과하고 미국측의 한 보고서에도 역시 0.2~0.03% 정도로 나온다. 정부 자료와 미 국제위원회가 낸 추계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단장은 “경제적 효과를 보는 방법에는 관세철폐 효과만 보는 단기적 방법과 자원배분 효과까지 보는 장기적 방법이 있다”면서 “단기분석에 보면 실질 증가치가 0.02%로 낮게 나온 게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자본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며, 관행개선으로 생산성 증대가 나타나는 것 등을 보면 5.66%의 개선효과가 나타난다”고 반박했다.
◇한미FTA 미국내 법적지위..”국제법과 동등” vs “구속력 없어” = 반대 측은 미국의 경우 한미FTA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미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반면, 찬성 측은 법 체계가 다르긴 하지만 똑같이 준수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 50개 주의 규정은 한미FTA에서 정한 의무로부터 면제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우리는 국내법인데 미국은 그 자체가 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우리는 조약이지만 미국은 조약이 아니며 충돌시는 국내법이 우선한다”면서 “미 법원이 자기집행력을 가진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내법 우선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법체계가 달라서 그런데 그렇다고 국제적인 합의나 의무를 해태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다”면서 “우리만 이행하고 저쪽은 법체계 때문에 면탈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후 토론에 교체투입된 이재형 고려대 교수도 “조약인데 법이 아니겠느냐. 국제법으로 당연히 존재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김 본부장은 “협정문에 한미FTA와 미국 국내법의 비합치가 없다”고 말하자 송 변호사는 “협정문에 보면 모든 것이 망라돼 있거나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는 표현이 들어있다”고 받아쳤고, 이에 김 본부장은 다시 “현실적으로 충돌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못 찾았고, 혹시 있으면 (미측에서) 또 고치겠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본부장과 정 원장 등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문제와 쌀 협상 이슈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김 본부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지 30∼40년 됐지만 치명적인 병을 얻었다는 사례를 듣지 못했다”고 말하자 정 원장은 “(김 본부장이) 광우병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은 시간제한 논란 끝에 파행된 1차 끝장토론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상황에서 ‘릴레이 상호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시간은 당초 예정된 4시간을 훌쩍 넘겨 6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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