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면 더 큰 세상이 보인다..당쇄신에 부응”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가 8일 19대 총선 불출마 문제를 포함해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키로 선언한 것은 ‘홍준표식 승부수’에 해당한다.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권이 넘어가는 판인데, 선수(選數) 하나를 더 쌓고 야당 5선을 하는 게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며 “당의 쇄신 노력에 부응할 것”이라며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인적 쇄신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용퇴 대상으로 거론되는 친박(친박근혜) 중진과 MB정권 실세 인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새로운 ‘용퇴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당 일각의 ‘용퇴론’에 떠밀려 총선 불출마를 택하는 ‘불명예 퇴진’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1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인재영입에 애로를 겪는 당에 활로를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친이(친이명박)ㆍ친박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올해 말 치러지는 대선에서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절박감도 깔렸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홍 전 대표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관용과 포용력을 발휘하는 큰 정치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MB정부 실세 용퇴론’의 대상에 이름을 올린 홍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용퇴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박근혜 비대위’와 중진들을 겨냥한 정치적 목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자연스럽게 떠날 분들은 용퇴하고, 명예롭게 용퇴할 길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한두분의 당외 인사가 당 전체를 휘두르는 것도 옳지 않다”는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홍 전 대표의 이번 결단이 향후 정치 일정과도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8대 국회 들어 서민특위를 맡아 ‘친(親)서민 이미지’를 확보한 홍 전 대표가 지난해 비상상황을 맞아 대표직을 던진데 이어 이번에 자기희생의 선봉에 섬으로써 정치 보폭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총선 등을 거치며 정치지형 및 여권 대권구도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나를 버리면 더 큰 세상이 보인다”고 적었다.
다만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지금은 대권 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개인의 이해를 고려치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7월 당 대표로 선출된 홍 전 대표가 현 당헌의 ‘1년6개월 전 당권ㆍ대권 분리조항’을 적용받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대권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총선 공천과는 무관하게 오는 18일 이전 기자간담회를 한번 더 할 수도 있다”고 예고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홍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18일 이전까지 결정할 것을 압박하면서도 당 지도부의 명시적 답변이 없을 경우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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