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국 문화ㆍ언어 능통… ’실무능력’ 위주
23일 후임 주미대사에 최영진 전(前) 주유엔대표부 대사가 내정되자 외교부는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그동안 중량급 정무직 인사들이 포진해온 4강(强)대사에 모두 ‘커리어(직업외교관)’ 출신들이 기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직전 4강대사가 한덕수(미국), 류우익(중국), 권철현(일본), 이윤호(러시아) 등 모두 정무직 인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직업외교관들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물론 이는 집권 중ㆍ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인사 패턴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집권 초반에는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무직 인사들이 4강을 포함한 주요 공관장 자리에 진출하지만, 중반기를 넘기면 직업외교관 출신들로 ‘물갈이’되는 경향이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4강대사 자리가 동시에 직업외교관으로 채워진 경우는 흔치 않았다. 더욱이 이들 4강대사는 모두 주재국의 문화와 언어에 능통하다는 점에서 ‘적재적소’ 원칙에 충실한 인사라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우선 최 내정자는 주미대사관 참사관과 주뉴욕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 유엔본부 평화유지활동국 사무차장보, 주유엔대표부 대사 등을 거치며 외교관 생활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근무했다. 영어 실력도 원어민 수준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 직원들은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최 전 대사가 주미대사에 깜짝 발탁되자 다들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최 내정자는 북핵과 한미관계, 다자외교 업무 등을 두루 다뤄본 경험이 있고 미국 내 인맥도 상당할 것”이라면서 “역량있는 분이 주미대사로 내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규형 주중대사도 외교부 내에서 대표적인 중국통(通)으로 꼽힌다. 1999년 8월부터 2년 반 동안 주중 정무공사로 근무할 때 폭넓게 맺은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수준급의 전통 경극 연기를 할 정도로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신각수 주일대사 역시 주일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동북아 1과장(일본과장)을 지내 한일관계의 여러 현안을 처리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위성락 주러시아대사는 미국 몬터레이 군사언어연구소에서 러시아어를 연수하고 주러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본부에서 러시아 담당 동구과장을 역임하는 등 러시아 전공 ‘삼박자’를 갖춘 외교부 내 유일한 인물이다.
이렇듯 실무적 능력으로 무장한 4강대사의 전진배치는 최근 씨앤케이(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태 이후 실추된 외교관 이미지 속에서 사기가 저하됐던 외교관들이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이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로서는 한국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주변국들의 직업외교관 출신들이 배치됨으로써 한국 외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직업외교관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각 대사들께서도 경력과 전문지식을 살려 외교부 안팎의 기대에 부응해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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