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대화 고성 끝 파행
“대표님이 이미 일방향 대화를 하셨다. 못 박아 놓고 무슨 대화를 한다는 겁니까.”(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오해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더라도 다 들을 테니 한분 한분 하십시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7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정훈(오른쪽부터)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등이 30분 만에 퇴장하고 있다.
오성택 공동집행위원장 등 공투본 측은 “악수는 끝나고 하겠다”며 시작부터 결의에 찬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서로 소개도 없이 오 위원장은 곧바로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 개혁안 연내 처리 방침 철회, 법안 철회, 이 세 가지 의사가 있는지 명확히 해 달라”며 김 대표를 몰아세웠다.
당 관계자들은 “차분하게 대화하자”며 달랬으나 오 위원장 등은 계속해서 김 대표를 타깃으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반대하면 연내 처리가 어렵고, 사회적 기구는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문제다. 법안은 제출한 지 얼마 안 돼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공투본 측은 “이렇게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는 게 세계 어디에 유례가 있느냐”며 특히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을 반복해서 요구했다. 이 와중에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인 박명재 의원이 “공무원연금 개혁해야 되지 않나. 여러분은 동의 안 하느냐”며 흥분하자 장내에는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대화 시작 30분 만에 공투본 관계자들은 “우리가 새누리당 홍보하러 왔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김 대표는 씁쓸한 표정으로 “또 만납시다”라는 짧은 마무리 발언만 한 뒤 당직자들과 비공개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첫 만남부터 만족할 수 없는데 계속 대화의 장을 만들 것”이라며 “효율적인 대화가 될 수 있게 몇 분에게 전담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연금 지급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 고소득자의 연금을 더 깎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158명 의원 전원 서명으로 당론 발의했다. 이에 이날 김 대표가 공투본 측을 만나더라도 정부·여당의 개혁 의지만 재확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4-11-08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