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책임론에 불편…합의추대·전대연기 반발 부딪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새 대표가 선출되는 8월 말~9월 초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발언을 한 후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4·13 총선을 불과 90일 앞둔 지난 1월 15일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에 따라 더민주에 합류한 김 대표는 같은 달 27일 당 대표직을 맡은 이래 7개월 여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러시아 전제 군주인 ‘차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탈당과 분당 사태로 어수선한 당을 빠른 속도로 안정화시켰다.
공천 배제와 새 인물 수혈을 조합시켜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 쇄신의 의지를 보여줬고,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총선 화두로 내걸고 경제정당 이미지를 통해 외연 확장에도 노력했다.
김 대표는 이런 결과로 야권 분열 속에서도 총선에서 123석의 원내 제 1당이라는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총선 이후 새 지도체제 선출 문제가 불거졌고, 내심 연말까지 대표직 유지를 기대한 김 대표와 달리 전대 출마 후보군을 중심으로 6월말~7월초 ‘조기 전대론’이 터져나오면서 김 대표의 거취가 당내 논란으로 떠올랐다.
총선 직후 김 대표 측을 중심으로 ‘합의추대론’이 불거졌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정기국회 이후로의 ‘전대 연기론’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마찰의 대상이 돼 버렸다.
총선 때 협력관계이던 문재인 전 대표와 ‘합의추대론’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이 불거졌고,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호남 참패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탓인지 이날 김 대표의 표정은 썩 밝아보이지 않았다. 합의추대론이나 전대연기론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총선 이후 자신을 향한 공격에 대해 마음이 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대표가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더민주에 올 적에 당 대표가 더 되려고 생각해서 온 사람이 아니다. 당 대표에 추호의 관심도 없다”며 “그런 사람을 놓고 추대니 경선이니 얘기 듣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자존심이 강한 김 대표의 성격상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거나 당을 떠나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더민주는 이날 당무위에서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키로 하고 김 대표에게 그 구성권한을 위임키로 의결하는 등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서 김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경제 비대위는 김 대표도 공감하고 있고 직접 챙기게 될 것”이라며 김 대표가 계속 역할을 할 것임을 밝혔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총선 후 인격적 모독에 대한 마음의 상처가 깊다. 어찌 보면 문 전 대표와 친노·운동권에 팽(烹) 당한 것 아니냐”며 “다만 수권정당과 경제민주화 달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가 5일부터 휴가를 떠나기로 했으니 향후 정국 운영과 자신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정리하지 않겠냐”며 “김 대표의 거취는 앞으로 당내 상황이 중요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대표는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결론은) 내가 (모두발언에서) 얘기한 그대로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라며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얘기를 했는데 무슨 만족은…”이라고 말했다.
‘경제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냐’, ‘대표직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한 때 ‘한국판 샌더스’를 자처하며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대선 정국이 가까워올수록 그의 거취를 놓고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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