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깃발·태극기 단 고속정 4척 동원해 첫 퇴거작전
10일 오전 10시,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중국어선 10여 척이 무단으로 진입해 불법으로 조업하고 있었다.한강하구의 강화군 불음도와 서검도 주변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들을 향해 태극기와 유엔사 깃발을 단 고속단정(RIB) 4척이 빠르게 접근했다. 해군과 해경, 해병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요원들로 최초 구성된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첫 공동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민정경찰을 태운 고속단정들은 퇴거작전 계획에 따라 중국어선을 향해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귀측은 군사정전위원회 통제구역에서 조업 중이다. 한강하구에서 즉시 퇴거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다”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경고방송이 나가자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어선들은 황급히 어망을 걷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일부 어선은 어망도 다 걷지 못할 정도로 다급하게 움직였다.
다수의 중국어선은 북한 연안으로 도망쳤지만, 수척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벗어나기도 했다.
우리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로 편성된 ‘민정경찰’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펼친 공동작전은 초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코앞에 북한군의 해안 초소가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 상태에서 작전에 나선 민정경찰들의 행동은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정전협정 후속합의서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상대편의 만조 기준 수제선(땅과 물이 이루는 경계선)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선들이 북한 연안 가까이 도주하면 우리측 경비정이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북쪽으로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추격하다가 중립수역 중간선을 넘으면 남북 간에 우발적인 충돌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고속정 4척은 북측 연안으로 도망친 중국어선들을 주시하며 주위를 순시하다 오후 3시 40분께 간조로 물이 빠지자 우리측 기지로 귀환했다.
북측 연안으로 도망친 중국어선들이 밤늦게 만조가 되면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11일 오전 다시 퇴거작전이 진행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중국어선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단속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작전 과정에서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었으며 중국어선과의 물리적 충돌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번 퇴거작전은 9일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안개가 짙게 끼어 하루 늦춰졌다. 이날도 해무가 있었지만 작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합참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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