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흔드는 유용한 수단…김정은 직접 압박 효과 기대

중부전선 사진공동취재단
최전방은 지금 확성기 방송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조치로 우리 군 최전방 부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 한 육군 장병이 경기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 확성기를 살펴보고 있다.
중부전선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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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확대하기로 한 이유는 이것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무수단(화성-10)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김정은을 향해 ‘회초리’의 강도를 높이자는 의도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군은 최전방 지역에 대북확성기 방송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한편 확성기 방송의 내용도 ‘핵-경제 병진노선’의 허구성과 인권 탄압 등 김정은 정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이른바 ‘최고 존엄(김정은 위원장)’의 아픈 구석을 건드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최전방 북한 군인들의 사상을 동요시켜 종국에는 체제까지 흔들 수 있는 유용한 대북 압박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이 그간 대북 확성기 방송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보면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우리 군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자 북한은 전례 없이 격하게 반응했다.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더니 실제로 방송 열흘 만에 서부전선에서 남쪽을 향해 포탄 1발을 쏘며 긴장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우리가 대북방송을 그치지 않자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협박을 일삼다가 돌연 고위급 접촉을 제의했다. 당시 접촉은 무박 4일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북한은 도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내용으로 타결됐다.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가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직후에도 북한은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전단을 수도권 지역에 살포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당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심리전 방송들과 삐라살포를 비롯하여 상대방을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일체 적대행위들을 지체없이 중지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당 대회 이후 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등 대대적인 대화공세를 펼친 최우선 목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있다는 게 우리 군의 분석이다.
북한은 당시 우리 군에 보낸 전통문에서 회담 제안 목적을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쌍방 사이의 군사적 신뢰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라고 했는데, 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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