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쓴척’…北매체, 일본인 유골문제 ‘꼼수’ 비판

’남이 쓴척’…北매체, 일본인 유골문제 ‘꼼수’ 비판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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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 “일본이 전시유골 방치” 인터넷 글 인용 보도

북한이 일본과 일본인 납치·유골반환 문제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일본 측에 유골 방치 책임이 있다는 글을 우회적으로 소개해 관심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보도에서 “중국 인터넷 홈페이지 ‘1코리안뉴스’에는 ‘묘비없는 무덤, 일본인 유골 문제를 살펴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며 글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글은 “일본인 유골 문제는 한마디로 말해 일제의 침략전쟁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라며 일본이 북한 내 사망자 유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랜 세월 조선은 야만적인 식민지 통치의 뼈아픈 상처와 쌓일 대로 쌓인 대일 증오에도 시종일관 인도주의적 원칙과 입장에서 일본인 묘지를 지켰다”며 북측의 노력으로 유골이 지금까지 보존됐다고 강조했다.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도 지난 11일 이 글을 자세히 소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3일 ‘일본인 유골 문제와 관련한 글 게재’라는 제목으로 ‘1코리안뉴스’에 실린 같은 글을 요약해 실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 등이 소개한 이 글을 ‘1코리안뉴스’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장인 역사학자 조희승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매체가 북한 학자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중국 인터넷 매체의 글인 양, 외부의 시각인양 소개한 셈이다.

’1코리안뉴스’에 실린 글은 대부분 북한 매체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미뤄, 이 사이트는 친북 인터넷 매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이같은 ‘꼼수’는 최근 일본과 진행 중인 일본인 유골문제 협의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북한이 현금 보상 가능성이 있는 유골반환 문제보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는 일본 측 입장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지난달 28∼29일 평양에서 진행된 협의에서 북측에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치 피해자 12명에 관한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전하며 사실상 유골 문제 협의를 후순위로 미뤘다.

이는 6·25 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골을 송환해 손쉽게 경제적 보상을 받았던 전례가 있는 북한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납치 문제’라는 까다로운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한 일본인 유골 반환을 통한 경제적 보상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북일 양국은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외무성 국장급 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유골반환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 주둔했던 일본군과 종전 후 귀국하지 않은 사람 등 총 3만4천여명의 일본인이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1만 3천여 구의 유골은 종전 직후 일본으로 보내졌으며 나머지 유골 2만 1천여 구는 아직 북한 내에 있을 것으로 일본 측은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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