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압박에 학교 떠나는 대학원생들

등록금 압박에 학교 떠나는 대학원생들

입력 2011-03-13 00:00
수정 2011-03-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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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한 대학원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부와 달리 대학원 등록금은 사회적 규제가 약한데다 지도 교수의 영향력 아래서 자유롭지 못한 대학원생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점을 학교가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성균관대 문과대 석사 과정을 1년 다니다 현재 휴학 중인 김모(28)씨는 자퇴를 고려하고 있다.

이 학교의 올해 일반대학원 문과대 등록금은 474만9천원으로, 2006년 이후 5년 동안 100만원이 올랐다. 6.6%가 오른 2008년에는 18%인 196명이 휴학했다.

김씨는 “처음엔 직장 생활하면서 벌어 놓은 돈으로 해결했지만 한 학기에 3과목 정도 듣는데 등록금은 400만원이 넘는다.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러다 보니 공부에 소홀해지고 돈이 먼저인지 공부가 먼저인지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3일 학교 가면 4일은 일을 했다. 병원 임상시험에도 참여했는데 피 뽑고 나면 공부도 힘들었다”며 “대학 때부터 등록금 대출받은 게 1천만원이 넘어 결국 휴학하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빚을 갚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종 목표는 교수가 되는 건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을 채우면서 지식이 나를 먹여 살리지 못하는구나 싶어 모멸감마저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려대 임상전문간호대에 다니는 김모(31)씨는 등록금이 590만원이다. 간호사인 그는 첫 학기에는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등록금을 겨우 마련했지만 두번째 학기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이번 학기에는 분할 납부를 할 생각이다.

김씨는 “계속 빚을 만들면 안 될 것 같아 분할 납부를 하려고 하는데 당장 사흘 안에 30%인 168만원을 내야 하고 앞으로 400만원을 더 낼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다”며 “휴학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박모(31)씨도 6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때문에 막막하다.

박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민망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돈이 나오지만 그만큼 공부에 소홀해진다”며 “학점은 다 채웠는데 논문 준비만으로 600만원을 내기가 부담스러워 일단 휴학을 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대학원은 2008년 9%, 2010년 5.8%, 2011년 2.8% 등록금이 올랐다. 전체 재적 학생 1천504명 중 231명(13%)이 휴학 상태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황모(35)씨는 “학교는 대학원을 일종의 직장으로 본다. 좋아서 오는 것 아니냐, 마음에 안 들면 안 다니면 되는 것 아니냐는 거다. 등록금을 올려도 원해서 다니는 것이니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13일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권고하고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삭감하는 등 제재하는 것은 학부에만 해당된다”며 “학부 등록금을 올리는게 어려워지니 대학원 등록금을 올리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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