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진원지는 ‘도박사이트’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진원지는 ‘도박사이트’

입력 2012-03-14 00:00
수정 2012-03-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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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원으로 개설… 1년에 6억여원 챙기기도

프로축구에 이어 터진 프로배구와 프로야구 승부ㆍ경기 조작의 진원지는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대구지검 강력부(조호경 부장검사)에 따르면 불법도박사이트의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정식 스포츠토토와 달리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고 수시로 사이트를 옮겨 베팅에 참여한 이들의 배당수익을 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1인당 베팅금액이 최고 10만원 가량으로 제한되어 있는 정식 스포츠토토와 달리 불법도박사이트는 5천만원까지 베팅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에 필요한 도메인 매수는 3만원 정도면 되고, 사이트를 제작하는 시간도 3주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은 불법도박사이트 베팅을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승부조작을 모의하고,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구속된 한 브로커는 2010년 11월부터 1년 동안 친구 등과 필리핀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미국 서버를 사용해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6억5천여만원의 순수익을 거두었다. 그는 불법도박 사이트를 개설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800만원에 불과했다.

승부조작을 주도한 브로커들은 승부조작과 관련한 정보를 전주(錢主)에게 제공해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은 물론 직접 또는 다수의 제3자 명의로 베팅을 해 이중의 수입을 챙기기도 했다.

전주와 브로커는 자금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학연ㆍ지연 등 친분관계로 승부조작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선수들을 찾아 승부조작에 가담시켰다.

또 1-2명 가량의 선수 포섭에 성공하면 이미 포섭한 선수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다른 선수들을 연쇄적으로 포섭해 승부조작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프로배구와 프로야구에서 동시에 브로커 노릇을 한 강모(29)씨의 경우 배구에서만 15경기의 내용을 조작한 것은 물론 경기당 5천만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아 챙겼다.

강씨에게 포섭된 전직 KEPCO 선수 염모(30)씨는 소속팀 동료나 후배선수 5명을 포섭해 9경기의 승부를 조작했을 뿐 아니라 직접 도박사이트에 베팅해 게임당 1천만-2천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챙겼다.

대구지검 박은석 2차장 검사는 “도박사이트는 장기간 운영하면 추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을 거두면 기존 사이트를 폐쇄한 뒤 새로 사이트를 만드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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