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준 경찰이 구명 돕지 않자 심경변화?

뇌물 준 경찰이 구명 돕지 않자 심경변화?

입력 2012-03-19 00:00
수정 2012-03-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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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내사 거부하던 ‘룸살롱 황제’ 소환자청 왜

‘강남 룸살롱 황제’ 이경백(40·수감 중)씨가 지난달 중순 검찰 측에 직접 자신을 불러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한 달여 뒤인 지난 13일에야 이씨를 불러 조사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이씨가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내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지난달 초 이씨에게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여 뒤인 같은 달 14일쯤 이씨는 갑자기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겠다고 자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내사를 진행해 오면서 포착한 단서들을 확인하기 위해 올 2월 초 이씨를 접촉하려 했지만 이씨가 거부했다.”면서 “이씨는 일주일 사이에 태도를 바꿔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씨가 일주일 사이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 이씨의 소환조사 요청을 검찰이 한 달여 동안 묵살했던 배경 등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씨의 ‘심경 변화’와 관련해선 경찰들을 상대로 한 구명활동 등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다.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씨는 내연녀 장모씨를 통해 자신이 뇌물을 건넨 경찰관들과 접촉해 왔다. 일부 경찰관은 서울구치소로 이씨를 찾아가 대화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을 위해 힘을 써줄 것이라 믿었던 경찰들이 등을 돌린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면서 “이씨는 ‘검찰 강력부에 이야기하겠다’거나 ‘리스트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공언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형 감면 등 모종의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과 이씨 간의 거래설도 흘러나온다.

이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사를 늦춘 배경과 관련해선 자칫 이씨의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검찰 인사 연루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이씨 진술에만 매달렸다가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씨 소환 이전에 구치소 면회기록 확인 등 정황증거 확보에 매달려 왔고, 결국 지난 13일 이씨를 불러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검찰은 또 내연녀 장씨가 구치소에서 이씨를 면회할 때 녹화된 영상 분석을 통해 이들이 20~30여명의 수뢰 인사 이름을 거론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적으로 ‘뇌물 리스트’가 복원된 셈이다.

이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룸살롱 10여곳을 운영하며 42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2-03-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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