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문서 공란표기해 논란
‘집회 명칭에 대통령 이름을 쓰는 건 국가원수 모독?’경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된 집회 일정을 알리면서 대통령 이름 대신 ‘○○○’이라고 공란으로 표기해 구설에 올랐다. 집회 명칭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자 공식 문서에서 이름을 공란으로 처리한 것이다.
8·15 평화통일추진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 장대현)는 12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공원에서 시민 3000명이 모인 가운데 ‘이명박 정권 규탄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찰이 작성한 ‘일일집회·행사’ 문서에는 ‘○○○정권·새누리당 규탄대회 및 행진’으로 기록돼 있었다. 일일집회·행사 문서는 서울 시내에서 당일 벌어지는 집회·시위 등을 분야별로 정리해 내놓는 공식 자료로, 관련 기관 등에 제공된다. 집회 주최 측은 “지난달 27일 서대문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에 대통령 이름을 넣어 정확히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가 이명박 정권 규탄대회로 신고된 것이 맞다.”면서 “‘○○○’이라고 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 차원의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대통령을 의식한다고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한 정보 담당 경찰은 “대통령 이름이든, 영어식 줄임말이든 공식 문서는 신고된 행사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지금이 독재 정권 시절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위는 12일 집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식민지 통치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과거부터 대통령의 이름이 나온 집회 등은 예의를 갖춘다는 차원에서 익명 처리를 원칙으로 해 왔다.”고 밝혔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2-08-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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