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한 막내 챙겨준 가족들 죽어서도 영원히 사랑할게…”

“공부 못한 막내 챙겨준 가족들 죽어서도 영원히 사랑할게…”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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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학교폭력 자살 고교생 유서 전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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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곳에서 맘껏 웃으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11일 투신 자살한 최모군의 장례식이 열린 13일 청도 J고교 최군의 책상위에 급우들이 갖다 놓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청도 연합뉴스
폭력 없는 곳에서 맘껏 웃으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11일 투신 자살한 최모군의 장례식이 열린 13일 청도 J고교 최군의 책상위에 급우들이 갖다 놓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청도 연합뉴스
“엄마 오늘 못 들어가서 미안해. 아빠한테도. 누나한테도 미안해. 가족이 이 종이를 볼 때쯤이면 내가 죽고 난 후일 거야. 미안하다고 직접 말로 전해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아마 내가 죽으면은 가족들이 제일 힘들어(하겠지).”

지난 11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경북 경산시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15·고1)군이 남긴 유서 전문이 공개됐다. 유서에는 기존에 공개된 피해 사실과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비판 외에도 남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 등의 감정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엄마, 아빠, 누나. 내가 이렇게 못나서 미안해. 순진한 건지 바보인 건지. 내가 덜렁거려서 물건도 잘 못 챙기고. 그래서 내 폰도 몇 번씩 고장 내고 또 잃어버리고. 학용품도 잘 못 챙겨서 자주 잃어버리고. 아마 내가 이럴 때마다 미웠을 거야. 하지만 나를 계속 챙겨 주던 내 가족들 정말 사랑하고 죽어서도 영원히 사랑할게….”

최군은 죽음을 결심한 순간까지도 어찌하지 못하는 절박한 심정도 나타냈다. “공부도 못한 이 막내 ○○이가 먼저 죽어서 미안하고, 나는 정말 이렇게 살아갈 날 많이 남아 있고 또 미래가 이렇게 많은데 먼저 죽어서 미안해.”

자살을 결심하게 된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 10여 문장이 그 뒤에 이어졌다. 그러나 유서의 마지막은 다시 한번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절박한 심정을 나타내며 끝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집에서 말고 옥상에서 불편하게 이렇게 적으면서 눈물이 고여. 하지만 사랑해♡. 나 목말라. 마지막까지 투정 부려 미안한데 물 좀 줘….”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3-03-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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