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 등장에 사라지는 가을운동회

‘방과후 학교’ 등장에 사라지는 가을운동회

입력 2013-11-04 00:00
수정 2013-11-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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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고…백군 이겨라! 청군 이겨라!’

기성 세대라면 누구나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초등학교 가을운동회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는 30개 초등학교 가운데 5개 학교가 올해 가을운동회를 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포항지역의 경우 65개 초등학교 가운데 30개교가 가을운동회를 열지 않는 등 도시지역으로 갈수록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가을운동회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방과 후 과정’이 본격 도입되면서 초등학교마다 가을 일정이 바빠졌다.

각종 특기, 미술, 음악, 외국어, 체육 등 방과후 과정에서 배운 것을 뽐내는 축제나 학예회, 작품전시회, 음악회, 체험활동 등이 모두 가을에 열리면서 운동회를 개최할 시간이 빠듯해졌다.

궁리 끝에 어린이 날이 있는 5월을 전후한 봄에 운동회를 여는 일이 늘어나 가을운동회를 대체하는 분위기다.

봄운동회가 가을운동회와 특별히 다를 것은 없지만 가을운동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회사원 이모(43·대구시)씨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 나부끼는 만국기는 가을운동회의 상징이었다”면서 “따뜻한 봄도 좋지만 운동회는 가을이 제격인데 점점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농민 김모(60·여·안동시)씨는 “가을철 농번기에 운동회가 열리면 좀 난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을 잔치가 벌어지는 날이었는데 학생들 숫자도 줄어들고 점점 구경거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학생 숫자가 적은 미니 초등학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 가을운동회의 운명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경북지역 한 초등교사(44)는 “학생들이 적다보니 ‘운동회’라는 이름조차 ‘소체육대회’로 부르는 일이 늘고 있다”면서 “옛날처럼 대규모로 치르는 가을운동회는 추억으로만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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