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가족 위로 송길용씨
“15년이 지났지만 우리 딸 혜희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연합뉴스
송길용씨가 1999년 실종된 딸 혜희양의 사진을 가리키며 시민 제보를 당부하고 있다. 딸을 찾아 15년째 전국을 누비는 그는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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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 13일 당시 고2였던 혜희는 막차가 끊긴 밤 10시 이후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30대 남성과 버스에서 내렸다는 기사의 제보가 마지막이었다. 송씨는 “전국 곳곳,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송씨의 수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40여만원이 전부. 이마저도 트럭에 들어가는 기름 값과 전단 인쇄비용을 빼면 거의 남는 게 없다. 7년 전에는 아내마저 딸의 사진이 들어간 전단을 품에 안은 채 목숨을 끊었다. 송씨는 “정말 막막했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현수막을 걸고 전단을 돌렸다”며 울먹였다.
지난 4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찾은 송씨는 “혜희 실종 당시 나이가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같은 터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사고 직후 바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힘들어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조심스러워 이제야 찾게 됐다”고 했다.
아직 팽목항에 남아 있는 가족 중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혜희의 현수막을 본 이들도 있었다. 송씨는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가족들을 감싸 주러 내려간 것인데 오히려 위로를 받고 왔다”면서 “‘어디 있는지 모를 딸을 찾는 게 마음이 더 아플 것 같다’고 위로해 줬다”고 전하며 눈물을 쏟았다.
송씨는 지난 18일에는 동대부고 학생들에게 ‘사랑’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가족을 사랑하고, 열심히 공부해 내가 겪은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도 밤낮으로 전국을 누비며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실종 아동 부모들이 있다”면서 “실종 가족을 찾는 전단, 현수막을 보면 잠깐이라도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07-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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