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올래’vs’제주 올레’…제품 명칭 헷갈려
“신제품 출시를 막기 위한 방해공작이다” “아니다. 회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다”64년 전통의 제주지역 대표 소주 생산업체인 ‘한라산’과 이에 도전장을 내민 제2의 지역소주 생산업체 ‘제주소주’가 신제품 상표 이름을 놓고 한판 다툴 기세다.

제주 연합뉴스
제주소주의 신제품 ‘제주 올레 소주’
제2의 지역소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제주소주’가 ‘제주 올레 소주 곱들락’(사진 왼쪽)과 ‘제주 올레 소주 산도롱’ 등 도수를 달리한 2가지 제품으로 6일부터 한라산 소주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다. ‘곱들락’은 ‘곱다’, ‘산도롱’은 ‘시원하다’는 뜻의 제주방언이다.
제주 연합뉴스
제주 연합뉴스

제주 연합뉴스
64년 전통의 제주지역 대표 소주 생산업체인 ‘한라산’이 ‘한라산 순한 소주’를 리뉴얼한 ‘한라산 올래’(사진 오른쪽)를 오는 15일 출시할 예정이다.
제주 연합뉴스
제주 연합뉴스
한라산은 지난 1950년 11월 제주시 삼도2동에서 탁주 생산업체인 호남양조장으로 창업, 이후 6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제주의 대표 향토기업으로 ‘한라산 순한 소주’와 ‘한라산 허벅술’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라산은 ‘한라산 순한 소주’를 리뉴얼한 ‘한라산 올래’를 오는 15일 출시할 예정이다.
제주소주는 지난 2012년 9월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779번지 일대 2만8천597㎡ 부지에 소주 공장 착공식을 열어 지난해 설비 구축을 마무리하고 ‘제주 올레 소주 곱들락’과 ‘제주 올레 소주 산도롱’ 등 도수를 달리한 2가지 제품을 생산, 6일부터 한라산 소주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곱들락’은 ‘곱다’, ‘산도롱’은 ‘시원하다’는 뜻의 제주어다.
그동안 1곳뿐이던 지역소주업체가 2곳으로 늘어나 지역 소주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상표이름이다.
한라산과 제주소주 모두 ‘이웃과 마주한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란 사실상 같은 의미·같은 발음의 올래와 올레라는 상표이름을 신제품에 사용함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로 승부를 내려는 각 업체의 차별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소비자와 판매자들 사이에 혼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가게에서 주문할 때 올래(올레) 소주를 달라고 하면 판매자는 한라산의 ‘한라산 올래’와 제주소주의 ‘제주 올레 소주’ 가운데 어떤 소주를 지칭하는 것인지 바로 알기 어렵다.
이런 이유 등으로 두 업체는 상표명을 놓고 법적 공방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한라산은 지난 2007년부터 ‘길’이란 주제로 ‘한라산 올레길’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제품명을 준비해오다 지난 7월 2일 주식회사 올래로부터 거액을 주고 ‘올래’란 상표명을 소주와 청주 등 주류분야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양도받았다. 올래의 기존 의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마음의 힐링’이란 새로운 상품 이미지로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제주소주는 2011년부터 신제품 준비를 해오며 50여 가지 제품명을 놓고 검토해오다 올해 초 ‘올레’란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15일 ‘올레’란 상표명을 출원한 뒤 등록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는 등록허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한라산 측은 최근 제주소주 측에 올레란 상품명을 사용하지 말도록 이름 변경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러나 제주소주는 6일 예정대로 올레란 이름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주소주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해 결정한 이름을 놓고 일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경쟁업체의 제품출시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한라산 측의 주장에 하자가 있다는 변호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받은 만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라산 측은 “제주소주가 올레란 상표명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법적인 권리를 획득한 회사의 지식재산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제주소주의 제품 출시에 맞춰 법적인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