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신도2리 해안서 난파 사망 선원 추모 헌다제
우리나라를 처음 서방에 알린 ‘하멜표류기’의 하멜 일행이 탄 배가 제주에 표착한 곳이 현재 알려진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이 아닌 대정읍 신도2리 해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하멜기념사업회와 신도2리 하멜표착지 규명추진위원회 등은 1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멜 일행이 제주에 표착한 곳은 용머리해안 인근이 아니라 신도2리 해안”이라고 주장했다.
상선 스페르웨르호는 1653년 제주 해안에서 난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목숨을 건진 사람 가운데 이 배의 서기였던 하멜이 난파 이후의 상황을 자세히 기록해 후대에 알린 책이 한국을 서방에 알린 최초의 책인 하멜 표류기다.
남제주군(현 서귀포시)은 하멜 일행의 표착지로 알려진 용머리 해안에 스페르웨르호 재현 모형을 설치해 관광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1694년 5월부터 21개월간 제주 목사를 지낸 이익태 목사가 쓴 ‘지영록’이 1999년 발견되면서 정확한 표착지가 어딘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하멜기념사업회와 신도2리는 지영록에 표착지가 ‘대정현지방 차귀진하 대야수연변(大靜縣地方 遮歸鎭下 大也水沿邊)’이라고 한 기록과 하멜표류기에 나오는 하멜 일행의 이동거리와 시간을 분석하고 현장을 답사한 결과 표착지는 신도2리 해안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멜표류기와 지영록의 난파 날짜(8월 16일)가 같고, 하멜표류기의 삽화와 신도2리에서 본 녹난봉과 한라산이 겹쳐 보이는 풍경이 일치하는 점 등도 신빙성을 더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들은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대 박물관장, 문화재 위원, 언론사 등도 신도2리가 하멜 표착지라는 데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신도2리에 표지석을 세우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당국은 지영록은 사료적 가치는 높지만 지방사 연구나 표류, 표착 관련 연구에 이용되지 않고 있어 전문가의 자료 검토와 고증 자문을 하는 등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하멜기념사업회와 신도2리 주민들은 오는 16일 오전 신도2리 도구리알 해안에서 하멜 표류 당시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네덜란드 선원 28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하멜 표착 361주년 추모 헌다제를 연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